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장관이 되신 분들 중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위장 전입, 탈루, 병역, 전관 예우 등의 검증에서 깨끗했던 분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어떤 분은 몰랐다고 했고, 어떤 분은 그 때는 다들 그렇게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웬만한 부동산 투기나 위장 전입은 별 것 아닌 게 됐고, 세금도 뒤늦게 내면 그만인 게 됐습니다. 어찌 보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50대 60대 이상인 현 장관들이 젊은 시절 사회에 진출하고 결혼을 하고 재산을 형성하던 60년대 70년대를 생각해 봅니다. 자녀들을 좋은 학군을 보내기 위해 위장 전입을 하는 것, 부동산 투기로 큰 시세차익을 얻는 것, 부모가 아파트를 사주거나 또는 자녀들이 결혼할 때 아파를 사주는 것, 공적인 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 등등 지금은 문제가 되는 일들이 그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평범한 일이었을 겁니다. 아마 다들 젊은 시절에는 먼 훗날 자신이 대한민국의 장관이 될 지 상상을 못 했을 겁니다. 아니 그런 야망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김대중이라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인사청문회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인사청문회를 더 확대하고, 그리고 먼 훗날 국민 대중이 철저한 인사검증을 요구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자, 80년대 90년대 나아가 200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분들, 그리고 먼 훗날 고위공직자 야망을 갖고 있는 분들 그런 분들에게 먼 훗날 국민 대중, 즉 유권자들은 고위공직자로서 어떤 검증 기준을 들이댈까요? 저는 그 기준 중 하나로 ‘기부’를 들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많은 분들이 봉사를 하거나 기부를 하고 나눔에 대한 문화가 형성됐고 더욱 형성돼 가고 있습니다. 먼 훗날 우리 나라 고위 공직자의 기준으로 ‘기부’가 적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박근혜 정부의 장관들은 얼마나 기부를 했을까요? 단 한 번도 어느 언론도 고위 공직자들의 기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실이 유임된 김관진 국방 장관을 제외하고 새로 임명된 16개 장관들의 기부금 내역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를 공개합니다.
유진룡 문화부 장관, 윤진숙 해수부 장관, 방하남 노동부 장관, 조윤선 여성부 장관, 최문기 미래부 장관 순으로 기부를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이동필 농림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사회복지 기부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중요한 자료는 재산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같은 기부금 만원이라도 백만 원 가진 사람이 내는 만원과 십만 원 가진 사람이 내는 만원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재산이 많은 사람은 50억 원을 신고한 조윤선 여성부 장관인데 지난 5년 동안 사회 복지 기부금은 290여 만 원을 냈습니다. 다음으로는 40억 원을 신고한 현오석 경제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입니다. 하지만 사회복지 기부금은 0원이었습니다.
이번엔 39억 원을 신고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인데 지난 5년 동안 89만 여 원을 기부했습니다. 다음은 25억 원의 재산을 신고한 황교안 법무장관인데 종교단체, 발전기금, 정치기부금을 뺀 순수 사회복지 기부금 내역을 밝히지 않아 아쉽게도 얼마를 냈는지 알 수 없습니다.
19억 원을 신고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6만원, 18억 원을 신고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8만 여 원, 16억 원을 신고한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210여만 원, 15억 원을 신고한 유진룡 문화부 장관은 860여 만 원, 그리고 14억 원을 신고한 이동필 장관은 단 한 번도 기부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부금액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낸 기부금입니다.
한편 1억5천여만 원을 신고한 윤진숙 해수부 장관은 440여만 원의 기부금을 냈고 1억2천여만 원을 신고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사회복지 기부금은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각 장관의 재산과 신고한 기부금, 그리고 다시 순수한 사회복지 기부금액을 표로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