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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언론도 '하이브리드'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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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언론도 '하이브리드'가 대세
 요즘 스마트폰을 이용해 뉴스를 보는 횟수가 많아졌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뉴스를 접할 수 있어 편리하다. 요즘 틈날 때 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외신 뉴스를 보면서 미국 언론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하이브리드’ 개념을 꼽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 저널리즘’은 전기와 연료를 모두 쓰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신문과 방송이라는 기존 매체가 각각 활자와 영상 중심의 뉴스를 만들었다면, 하이브리드 저널리즘은 텍스트와 영상, 인터넷을 모두 활용하는 미디어라고 보면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허핑턴포스트닷컴'( www.huffingtonpost.com)을 꼽을 수 있는데,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관련 텍스트와 사진, 영상 검색은 물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에도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 한마디로 뉴스 생산, 소비, 유통에 있어 인터넷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종교배에 가까운 이런 ‘하이브리드 저널리즘’은 가까운 미래 대다수 뉴스 미디어의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미국 신문은 아직은 텍스트와 사진 위주의 기사 전달 방식에 머물러 있다. ABC와 NBC를 비롯한 공중파 방송에서 영상 뉴스 외에 텍스트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허핑턴포스트닷컴’ 수준의 다양한 텍스트와 영상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 미디어는 거의 없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미국 워싱턴주 캐스케이드산맥에서 발생한 눈사태에 대한 기획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보도는 다양한 영상 정보와 그래픽을 가미해 수용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미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무려 반년에 걸쳐 시간과 인력이 투입됐다는 측면에서 일상적 보도에서 모델로 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참고 www.pulitzer.org/awards/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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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핑턴포스트닷컴’의 지난주 기사 가운데 <Obama: FDA Plan B Decision Leaves Me Feeling ‘Very Comfortable’>를 예로 들어보자. 모바일 기기로 검색한 기사의 제목 아래 앵커와 기자의 동영상 검색창이 있고, 바로 아래에 관련 내용이 정리돼 있다. ‘플랜 B’가 뭔지,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이 뭔지 사진과 비디오, 텍스트로 내용을 충분하게 전하면서 동시에 여론의 반응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든 기사에 사진과 동영상 정보가 함께 제공되지는 않지만, 주요 이슈에는 관련 동영상 정보가 함께 들어있는 게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점이다.   

 여기서 플랜 B는 ‘Plan B One-Step’란 의약품을 말한다. 플랜 B는 사후피임약의 약자로 최근 미국 식품의약청이 15세 이상이면 누구나 처방전 없이 이 약을 살 수 있도록 허가했다. 예전에는 17세 이상에게만 판매가 허용됐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과학보다 우선시 돼야 하는 게 사용자 본인의 결정”이라며 FDA의 결정을 지지했다. 예상대로 이 기사에는 반나절도 안 돼 3천 개가 넘는 댓글이 실렸다. 논란이 있는 내용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전하면서 동시에 여론 수렴과 전달도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영상 검색창 바로 아래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이메일, 의견 달기 아이콘이 그려져 있어 SNS상의 친구들에게도 관련 기사를 손쉽게 전달할 수 있게 했다. 

 며칠 전 ‘허핑턴포스트닷컴’는 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한 기사를 다루면서도 당일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 브리핑 동영상 원본을 그대로 공개했다. 해당 동영상은 우리나라 국회방송과 유사한 C-SPAN을 이용했고, 관련 기사는 기자가 아닌 전문 블로거의 글이 사용됐다. 여기서 핵심은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동영상을 거의 편집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전달했다는 점이다. 현재 수많은 방송사가 인터넷에 이미 방송에 나간 혹은 편집된 인터뷰 내용만 공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분명히 재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허핑턴포스트닷컴'은 동영상과 함께 관련 내용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싣는 방식으로 뉴스를 다루고 있다. 과거 신문과 방송이 택해왔던 뉴스 생산 방식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이런 방식은 제한된 지면과 한정된 시간에 뉴스를 전달해야 하는 신문과 방송을 생각할 때 분명히 비교 우위에 있는 지점이다. 이렇게 '온라인 저널리즘'이 인터넷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수용자들에게 관련 텍스트와 영상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기본 요소인 공정성이나 객관성, 정확성, 심층성을 신문이나 방송보다 더 쉽게 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이브리드의 사전적 정의는 이질적인 요소가 서로 섞인 것으로 이종, 혼합, 혼성, 혼혈을 뜻한다. 보다 넓은 의미로는 이종을 결합, 부가가치를 높인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것이다. 미디어에서도 이제 ‘하이브리드’ 시대가 열리고 있다.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과거 뉴스 생산 방식만으로는 수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 허핑턴포스트(The Huffington Post) 스스로 ‘하이브리드 저널리즘’이란 말을 쓰지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 새로운 미디어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05년, 미국의 정치인이자 칼럼리스트인 아리아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은  자신의 이름을 딴 온라인 매체인 ‘허핑턴포스트’는 설립했다. 전문 블로거와 원고료를 받지 않는 재능 기부 칼럼리스트들의 글을 실어오던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011년 2월 ‘아메리칸온라인’(AOL)에 합병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기존의 소셜 미디어 기능에 사진과 비디오 제공을 확대, 강화했다. '타임워너'의 인터넷 서비스 사업부문 자회사인 AOL이 ‘허핑턴포스트’를 사들이면서 본격적인 뉴스 생산, 배포, 유통 사이트로 거듭났고, 최강의 뉴스 미디어 그룹으로 발전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 세상에서 이런 방식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시장조사회사 '컴스코어'는 지난 20011년 5월 ‘허핑턴포스트’의 순 방문자 수가 3천560만 명으로 '뉴욕타임스닷컴'의 3천360만 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창업자인 아리아나 허핑턴이 ‘뉴스위크’와의 인터뷰(2010.7.25)에서 "자기표현은 새로운 오락”이며, “사람들은 정보를 소비할 뿐 아니라 자신도 정보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또 “이러한 충동을 이해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미래와 연결 된다"고 강조했다. 당초 소셜 저널리즘으로 출범한 ‘허핑턴포스트’가 AOL에 인수, 합병된 이후 온라인 저널리즘을 활용해 미래 뉴스 미디어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양상이다.

 앞으로 언론인들이 더 바빠질 수밖에 없겠지만, 서울디지털포럼에서 화두가 된 ‘초협력’ 또는 ‘협업’ 전략을 잘 구현하면 꼭 그렇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텍스트 중심의 신문도 영상 위주의 방송도 나홀로 생존할 수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텍스트와 영상, 그리고 그래픽과 소셜(SNS) 기능을 잘 혼합해 수용자들의 선택을 받는 하이브리드 미디어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허핑턴포스트닷컴'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요한 건 언론인이나 사주의 생각과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실천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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