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장면 : http://www.youtube.com/watch?v=4XnH0VES9Cc
하지만 운명이란 야속해서 그런 우연이 겹치고 겹친 끝에 여주인공 데이지는 차에 치이고 결국 발레리나의 꿈을 접게 된다. 개성공단이 지금처럼 사실상의 파국을 맡게 된 것도 되짚어 보면 우연 혹은 필연이 쌓이고 쌓인 결과다. 남북 당국 가운데 어느 누군가가 개성공단 폐쇄를 의도적으로 몰고갔다는 식의 음모론적 시각을 배제하면 더더욱 그렇다. 개성공단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걸까?
◈ 불행의 시작… 北 '장거리 로켓' 발사
북한은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했다. 로켓 발사 42일만인 올해 1월 23일, 유엔은 대북 제재를 결의했고 바로 그날 북한은 외무성 명의로 한반도 비핵화 폐기를 선언했다. 북한 도발 위협의 시작이자 개성공단 비극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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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성명 (1월23일)
우리는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것이 명백해진 조건에서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조선반도비핵화도 불가능하다는 최종결론을 내리였다. 앞으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론의하는 대화는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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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없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속뜻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왔다. 물론 핵자위권을 확대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 두달 만인 2월 12일, 이번엔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국제사회는 장거리 로켓 발사 때보다 한층 강하게 반발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3월 8일 북한의 핵이나 탄도 미사일 개발에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현금을 포함한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의심 화물과 선박에 대해서는 검색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 2094호를 채택했다.
지금까지 권고사항에 그쳤던 제재 조치를 회원국들의 '의무사항'으로 바꾼 것이다.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15개 유엔 안보리 이사국이 모두 찬성했다. 회의를 마친 김숙 대사는 '중국이 강화된 결의안 채택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면서 북한에 심한 모욕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 북한 외무성은 즉각 대변인 성명을 내고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는 적대정책의 산물이라며 전면 배격하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정전협정 백지화와 함께 '남북 간 불가침에 관한 모든 합의'도 전면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은 '키 리졸브 한미합동훈련'을 계기로 한층 고조됐다. 북한은 연일 위협수위를 높였고 한미 군당국도 B-52 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 B-2 폭격기를 연이어 노출시키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북한에 던졌다. '이러다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전쟁을 걱정하는 분위기 속에 외국인 투자자들까지 술렁이자 정부는 북한이 국지 도발에 나설 수는 있지만 전면전 가능성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북한은 도발 위협을 그치지 않았고 혹시 개성공단 내 우리측 인원들이 인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달 3일 새누리당과의 '북핵 안보전략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국방부는 국민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만약 사태가 생기면 군사조치와 더불어 만반의 대책도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거세게 반발했다. 여기에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경제적 이익 때문에 북한이 개성공단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리 언론들의 관측도 북한의 뒤틀린 심경을 더욱 자극했다. 실제로 북한은 "남조선 괴뢰 패당과 보수언론이 못된 입질을 계속하면 개성공업지구에서 북한 근로자들을 전부 철수시키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결국 개성공단은 북한의 계속된 위협과 그에 대한 우리측 대응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대한 위협수위를 높여 핵보유 인정과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했지만 의도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 역시 북한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국내외적으로 불안한 여론을 달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을 자극만 한 셈이 되고 말았다. 북한이 위협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과 우리 측이 해줄 수 있던 것 사이에 애초부터 괴리가 컸다는 분석이다.
근본적인 시각차가 원인이 됐다. 우리가 개성공단을 '남북 경협의 상징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북한은 '김정일 장군이 내린 용단의 산물이라는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개성공단 자리는 원래 북한 군 부대가 주둔했던 지역이다. 남북 모두 개성공단의 유지가 절실했지만 '명분' 싸움에 실리가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 '명분'에 발목잡힌 남북
북한의 위협과 남한의 맞대응은 결국 개성공단의 잠정 폐쇄라는 양쪽 모두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북한은 우리측에 책임을 돌리면서도 공단 가동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미련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극적 타결을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자신들이 내세운 '명분'에서는 물러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통신선 재개 같은 우리측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다. 우리 정부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 공동 발전이라는 원칙만 강조할 뿐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급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어느 쪽이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남북 모두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명분에만 집착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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