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문자 전달로부터 시작한 카카오톡이 출시 3년 만에 그야말로 모바일 시장의 슈퍼 갑으로 떠올랐다. 총 가입자는 8600만명을 넘어섰고 국내 실사용자만 30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 오가는 메시지만 해도 52억 건에 달하고 있다. 이 기세를 기반으로 지난달 9일 카카오는 카카오 페이지를 시장에 내놓았다. 인터넷 시장에서 무료나 헐값에 팔리던 콘텐츠들에 대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초창기 덩치만 키웠지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했던 카카오가 지난해 애니팡 이라는 게임으로 의외의 대박을 터뜨렸다. 내친김에 콘텐츠 유료화를 통한 수익모델 창출이라는 새로운 승부수를 야심차게 들고 나온 것이다.
카카오 페이지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자 그동안 의지할 곳 없던 콘텐츠 제작자들이 환호했다. 출시 한달 카카오 페이지에 입점한 콘텐츠는 거의 1만 건에 이른다. 만화 와 도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요리 뷰티 음악 예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들이 카카오페이지에 자리 잡았다. 콘텐츠는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를 구매하는데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사용자들의 벽은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카카오측은 아직 카카오 페이지의 정확한 매출 규모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 사람들을 만난 기자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고 전한다. “콘텐츠 시장을 너무 우습게 보았다.” “초기 전략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 내부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극단적인 고민을 하는 부류도 있다.” 미루어 짐작컨대 현재 고전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한겨례 신문과 인터뷰를 한 만화가 허영만의 고민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카카오 페이지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허 화백이 제공한 만화 <식객2>는 현재 카카오 페이지에서 인기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처음 카카오 페이지가 만들어질 때 <식객2>를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료 구입자가 4만명 정도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낸 적이 있다. 한국 최고의 만화가 이며 이미 공전의 히트를 친 <식객>의 후속편이고 보면 실수요자가 3000만 명이 넘은 시장에서 4만 명이라는 숫자는 내심 불가능하지 않다 라는 자신감도 있어 보였다. 그랬던 그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막다른 골목에 몰렸어요. 이제 이 길 밖에 남지 않았고 이것마저 실패하면 만화 그만둘 겁니다.” “돈 내고 만화 보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결과가 어떻든 이게 마지막 시도입니다.” 기자는 허 화백이 절박해 보인다고 썼다.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에서 기업으로서 유료화를 선언하는 것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2년 하루 접속 180만 명과 커뮤니티 110만개라는 당시로서는 엄첨난 기반을 바탕으로 월 이용료 3000원을 요구했다가 한 순간에 망해 버린 프리챌 이나 온라인 우표제를 통한 이메일 유료화를 시행했다 실패한 다음이 그 좋은 예다. 이 후 음원과 방송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는 인터넷상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은 무료에 익숙하다. 대형 포털들이 헐값에 사들여 무료로 뿌린 콘텐츠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트래픽은 급증하고 검색 광고 등으로 떼돈을 벌어들인 이들 대형 포털들이 만들어낸 인터넷 생태계가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굳건하다. 포털들은 처음에는 마치 콘텐츠 시장을 키우는 듯 했지만 결국은 가난한 콘텐츠 제작자 위의 포식자, 거대한 공룡으로만 군림한다.
지난 주 열린 SBS 디지털 포럼 2013의 주제는 <초협력- 내일을 위한 솔루션>이었다. 상생적 생태계를 만들어 모두가 행복한 승자가 되자는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카카오의 이제범 대표는 “카카오 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콘텐츠 제작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상생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전 세계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1조 1600억 달러나 되고 그 성장세는 가파르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살아야 세계 시장에 마음껏 도전할 수 있다. 그것이 새로운 정부가 추구하는 미래 창조의 밑거름이 아닐까.
카카오라는 한 기업이 성공하고 실패하고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없다. 다만 피땀 흘려 만든 콘텐츠들이 제값을 받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하는 기대에서 카카오 페이지 앞으로의 결과가 몹시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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