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밤, 정부와 새누리당은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기본공제율을 1%포인트 낮춰 연간 2천억원의 세금을 더 걷는 방식을 제시했고 민주통합당이 이를 수용하면서 3일 새벽부터 추경안 심사가 재개됐다.
하지만 심사가 재개되자마자 벌써부터 졸속 부실 심사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찌된 일인가?
◈ 5개 부처, 40분 심사는 '졸속?'
예결위는 지난 2일 밤 추경예산안 조정소위원회 여야 위원들간 심야협상을 거쳐 추경심사 정상화를 위한 여야 합의문을 발표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다음날 심사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지금까지 기다린 정부 부처 관계자 등을 생각해서라도 심사를 재개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심사가 시작되자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환경부·고용노동부 등 5개 부처의 추경안 심사가 불과 40분 만에 끝났다. 부처별 심사에 평균 8분이 걸린 셈이다. 심사과정에서 일부 반대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일부 예결위원이 "농업 예산을 더 반영해야 한다", "바지락 피해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지만 별다른 이견없이 처리되는가 하면, 일부 위원은 정부의 설명에 대해서도 "길게 들었다, 자료로 제출해달라"며 넘어갔다고 한다.
이런 졸속 심사 우려에 대해 예결위는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먼저 5개 부처 심사라고는 하지만 당시 심사는 삭감에 대한 부분이었고 삭감 심사의 경우 대부분 상임위 의견을 따르는 게 상례여서 크게 손댈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 설명에 대해 "길게 들었다, 자료로 제출해달라"고 한 것 또한 예산 살려보겠다고 시작한 정부측 설명이 본질과 관계없이 장황하게 이어지길래 일단 관련 예산 살려둘 테니 소위 위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보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 "본예산 소위 심사도 6~7일"
예결위 관계자는 이번 추경이 17조 3천억원 규모라지만 세입 보전 12조와 지방세 보전 등을 빼고 나면 실제 심사할 부분은 3조 남짓에 불과하다면서 통상 340조가 넘는 본예산도 계수조정소위 심사가 6, 7일에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상 이틀 정도에 끝낸다 해도 사실 졸속심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평소 본예산 심사도 졸속이었다고 한다면 다른 이야기겠으나, 논리상 크게 틀린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사실 예산안조정소위원회(현재는 추경예산안 조정소위원회)가 하는 역할은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결과 등을 기초로 예산안을 종합조정해 단일의 수정안을 작성하여 전체회의에 보고하는 것이다.
특히 감액수정을 하는 것이 관례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소관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한 세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게 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에는 소관상임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따라서 여야간에 정치적 대립만 없다면 굳이 추경 등 예산안 심사가 오래 걸릴 이유는 없는 것이다.
현재의 심사 기간만을 이유로 추경안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 문제는 비공개
오히려 따져볼 부분은 추경안 심사의 공개 여부다. 여야는 예산 증액 심사가 시작된 3일 오전부터 회의를 비공개로 돌렸다. 예결위측은 3일 모임은 애초부터 회의가 아니라 여야 추경안 조정소위원간 간담회로 공개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상임위에서도 중요 사안이 있을 때 여야 간사간 협의를 하거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간 협의를 하듯이 위원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공개하지 않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소위위원 전원이 참석하고 정부 관계자들까지 모두 참여한 '모임'을 간담회라고 해야할지 의문이다.
당시 '간담회'는 형식만 '간담회'였을 뿐 참석자나 안건 내용 모두 사실상의 '추경안 조정소위원회의'였다. 예결위측은 지난해말 2013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밀실 논란을 빚은 것을 반면교사 삼아 '호텔'이 아닌 '국회 회의실'에서 '여야 간사'만이 아닌 '소위 위원 전원'이 참석해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멀쩡한 회의체를 정식 회의가 아닌 간담회로 진행한 것 자체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예결위는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비공개로 해야만 생기는 '효율성'이 뭔지 궁금증만 커질 뿐이다. 물론 정치적 논리로 타협해야할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사실상 소위 회의 전체를 비공개로 하는 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또 감액심사 때는 공개로 해오다 하필 증액심사 때부터 비공개로 전환한 것도 의혹을 사기 딱 알맞은 대목이다. '쪽지 예산'이란 어감이 좋지 않지만 지역구 예산도 필요하면 말해야 한다. 지역구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역 의원이 말하는 건 당연하다. 중요한 건 이런 예산이 공개적이고 정당하게 심사되는지 여부다.
예결위는 간담회 뒤에 조정소위를 거칠 것이며 또 그 뒤에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도 있는 만큼 투명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투명성이 강조되는 예산심사에서 전체 과정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의심을 사는 대목이 있어선 곤란하다. 국회가 늘 하소연하듯 '일하고 오해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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