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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철수 의원과 '생수' 타임…그의 고민은?

[취재파일] 안철수 의원과 '생수' 타임…그의 고민은?
지난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518호를 찾아갔습니다. 얼마 전까지 518호는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방이었습니다. 이제는 안철수 의원의 방이 됐습니다. 사무실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듯 했습니다. 책장은 있었지만 책들이나 자료들은 없었습니다. 보좌진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명함을 받지는 못 했습니다. 아직 명함이 안 나왔다고 했습니다.

의원실 내 안철수 의원이 사용하는 방은 닫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좌관에게 이것 저것을 물어봤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본회의에 참석하고, 법안에 투표하고 하는 것에 대해 국회의원 안철수는 어떤 느낌을 받았고,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했습니다. 보좌관과 저는 10분쯤 서서 그렇게 질문을 하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안철수 의원 방문이 살며시 열렸습니다. 고개를 돌려 봤더니 안철수 의원이 방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SBS 주시평입니다”
“네”

안철수 의원은 특유의 웃는 얼굴로, 특유의 말투로 지극히 상투적인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누군가와 할 얘기가 있는 듯 옆으로 잠시 가려고 했습니다.

“차라도 한 잔 주실 수 있습니까?”
“아직 정리가 안돼서 차도 없어요”
“그럼 물이라도 한 잔 주세요”
“..........”

안철수 의원 옆에 있던 비서관이 탕비실에서 생수병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비서가 ‘정’이라면서 초코파이를 내밀었습니다. 자연스레 웃음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레 안철수 의원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생수 한 잔과 초코파이를 놓고 안철수 의원 방 소파에 앉았습니다. 마침 출출해서 ‘정’으로 준 초코파이를 먹고 물을 마시며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안철수 의원을 기다렸습니다.

널찍한 창문을 등지고 있는 책상에는 국회에서 지급받은 흰색 컴퓨터만 놓여 있었습니다. 방안 책장에도 아직 책은 없었습니다. 방안은 국회에서 지급해 준 가구와 비품만 있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들어와 소파에 앉았습니다. 잠시 어색한 웃음이 흘렀습니다. 옆에 함께 앉은 비서관이 10분 정도 밖에 시간이 안 되신다고 말하더군요. 약속이 있다고 했습니다. 10분, 국회의원 안철수 의원과의 10분 ‘생수’ 타임의 공이 울렸습니다. ‘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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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회의원 되시고 본회의에서 투표도 하고 했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A: 예전에 이사회에서 투표도 하고 그런 일들을 많이 해 봤기 때문에 낯설지 않았어요.
Q: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얘기하고 찬성표 던져야한다고 말도 하고 그런 모습은 처음 보셨을 텐데, 어떠셨나요?
A: 제가 트위터에 썼는데 특별하던데요.

‘특별하다’ 안철수 의원은 국회 본회의 첫 인상을 트위터(@cheolsoo0919)에 특별하다고 썼습니다. 국회의원들 본회의 모습을 방청하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국회 본회장, 대한민국의 법을 의결하는 그 곳, 그 순간이 상당히 진중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실망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법안 제안 설명을 하거나 찬성 반대 토론을 할 때 어떤 국회의원들은 앞 뒤로 돌아서 서로 얘기를 하기도 하고, 아니면 전화를 하고, 스마트폰을 하고, 또 회의장을 돌아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얘기를 하기도 하고, 아예 나가기도 합니다. 안철수 의원은 그 모습을 ‘특별하다’고 한 것입니다.

Q: 50개쯤 되는 법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하셨는데 혹시 대충 내용은 파악을 하시고 투표를 한 건가요? 
A: 법안을 미리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부분 법안은 미리 다 내용을 검토해 보고 투표를 했는데 법사위에서 바로 올라온 법안들은 볼 시간이 아예 없잖아요. 본회의에 올라오면 최소한 3일간은 공부할 시간을 줘야 맞다고 봐요.

지난 30일 본회의에는 53개의 법이 상정됐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보좌진들로부터 예정된 법안에 대한 법안 내용 자료를 받고 미리 검토하고서 본회의에 참석했다고 보좌관이 설명해 줬습니다. 그날 올라온 53개의 법안 중에는 법사위에서 막 의결돼 바로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도 있었습니다. 그 경우 법안 내용을 미리 살펴 볼 수가 없는 거죠.

Q: 찬성표를 던지시다가 정부의 4.1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으로 양도세 면제를 골자로 하는 조세제한특례법은 반대표를 던지시고, 또 취득세 면제가 골자인 지방세 특례제한법은 기권을 하셨는데, 이유가 궁금한데요?  
A: 지난 대선 때부터 생각하고 있던 거여서 소신 있게 투표 했어요. 부동산 대책을  양도세 같은 걸로는 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고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고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대책을 만들어야지 한 가지 방법만으로 안 된다고 봐요.

그날 양도세 면제를 골자로 하는 조세제한특례법에 대해 반대 토론에 나선 의원들은 수혜를 받는 사람들이 적다, 또는 정작 수혜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소외됐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날 41명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의 반대 입장은 기존의 반대 이유와는 달랐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안철수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그 날 양도세와 취득세 면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4.1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은 통과됐습니다.

10분 ‘생수’타임은 참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보좌관이 일어나는 제스쳐를 취하더군요. 그만 빨리 끝내라는 몸 사인을 제게 보낸거죠. 그래서 마지막이다 싶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상임위 배정 문제, 신당문제,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 문제 등등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물어봐야 돌아올 대답은 뻔한 질문은 하지 않기로 맘 먹었습니다. 대신 그 모든 것을 포함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Q: 국회의원 ‘안철수의 고민’은 뭡니까?
A: 빨리 적응해야겠죠.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많이 보고 듣고 배워야지요.

안철수 의원은 지역구에 저녁 약속이 있다고 했습니다. 여의도에서 지금 출발하면 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했습니다. ‘저녁 약속을 잡고 하는 걸 보니 정치인은 정치인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정치인에게, 그리고 정치부 기자에게도 점심과 저녁은 중요한 ‘일’입니다. 정치인에게 점심과 저녁을 통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곧 정치의 시작이고, 정치부 기자에게 점심과 저녁자리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곧 취재이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의원에게 항간에 돌고 있는 ‘3대 불가사의’ 유머를 들어보셨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10분 ‘생수’타임의 ‘공’이 ‘띵~’하고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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