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뮤지컬에서 보면 공장에서 쫓겨나 빈곤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마지막 남은 것, 자기 자신까지 팔게 된 팡틴이 배에서 내린 군인들과 마주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보면 위수지였던 당시 마을 분위기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군인들의 흥겨운 노래가 곧 팡틴의 슬픈 운명과 노래에 묻혀버리는 바로 그 장면이다.
위에서 내려다본 사진을 보면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위고는 자신의 소설 속에서 걸핏하면 옆길로 새서 장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마리우스와 테나르디에의 인연을 설명하기 위해 워털루 전쟁의 상황을 책의 반 권 정도로 상세히 묘사하고, 장발장이 수도원 담장을 넘으면, 당시 수도원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고, 장발장이 바리케이드에서 마리우스를 구출해 하수도로 탈출하면 파리의 하수도 이야기가 길게 나온다. 군 병원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나도 여기서 옆길로 잠깐 나가 군병원 이야기를 자세히 해볼까 한다.
파리 시내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장엄한 황금빛 돔 지붕, 앵발리드는 정식 명칭이 Hotel des invalides(invalide:불구의)로 원래 부상당한 군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건물 지하에는 나폴레옹 1세의 유해가 안치돼 있고, 옆 건물에서는 아직도 백 여명의 퇴역 군인들이 요양을 하고 있다. 즉,앵발리드는 대표적인 군 병원인 셈이다.
보르도와 함께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 브르고뉴. 특파원 시절 이 지역에 몇 번 갔다온 적이 있는데 이곳에도 유명한 군병원이 있다. 디종이 브르고뉴 공국의 과거 수도였다면 본은 브르고뉴 와인 최고봉이랄 수 있는 로마네 콩티를 비롯해 브르고뉴 1등급 와인들이 모두 모이는 곳(capitale des vins de bourgogne)이다. 이 마을 한가운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알록달록한 지붕의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Hotel – Dieu(신의 집)라는 이름으로 현재는 박물관이지만 과거에는 군병원으로 쓰였던 곳이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었던 백 년 전쟁이 끝날 무렵에 만들어져 부상당한 군인들을 치료했고, 그 뒤에는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 환자까지 치료했다고 한다. 내부에 들어가보면, 학교 강당 같은 넓다란 마루 바닥의 4개 면을 빙 둘러 침대가 놓여있다. 환자들을 돌본 사람은 수녀였던 모양이다. 곳곳에 수녀 모형이 서 있고, 부엌에도 환자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었던 수녀들의 모형이 만들어져 있다.
소설 속에서 병든 팡틴이 수녀들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장발장 역시 마지막을 수도원에서 수녀들의 간호를 받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해마다 포도주 수확이 끝난 뒤인 11월, Hotel-Dieu 마당에서는 포도주 경매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린다. 홈페이지를 보니 지난해 11월 경매는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카를라 브루니가 주제했다고 한다. 이 경매 수익금은 병원 기금으로 사용된다.
위수지였던 몽트뢰유쉬르메르의 군병원 이야기를 하다가 브르고뉴 와인 집산지의 군병원까지 가게됐다. 소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의 역사, 사회, 문화 모든 것을 속속들이 떠올리게 하는 대서사시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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