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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손찌검' 회장의 폐업선언 유감

[데스크칼럼] '손찌검' 회장의 폐업선언 유감
정말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말을 했는지? 폐업이라니... 이건 또 뭔가? 지금까지 동고동락한 종업원들의 생계는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자기 행동에 대한 반성은 커녕 아예 자해공갈로 나섰구나. 코레일이 납품중단을 통보하자 마자 댓바람에 폐업을 선언한 걸 보면 깊이 생각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무책임하고 무능한 경영자란 생각이 더 든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창업과 폐업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다. 그래서 폐업은 어떠한 이유로든 가능하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종업원은 '파리 목숨'이 된다는 것이다. 만일 그 문제의 제과업체 대표가 단지 열받았다는 이유로 실질적 폐업절차를 진행할 경우 직원들은 얻을 게 별로 없다. 법적으로 폐업해고는 정리해고가 아니기 때문에 정리해고 절차가 필요없고, 사업폐지 시에는 해고 예고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해고예고 수당도 못 받는다. 고용보험에 의한 실업급여 지원이 고작이다. 갑갑할 노릇이다.

회사에서 은혜적으로 주는 위로금 정도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단체교섭을 통한 방법 밖에는 없다. 처음에는 폐업반대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위로금 지급으로 합의되는 과정이 통상의 절차다. 한마디로 우리 노동법은 자진 폐업하는 사용자의 권한까지 제약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가 폐업을 선언한 이면에는 이런 계산이 작용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실질적 폐업으로 이어질 지는 아직 의문이다. 자산을 매각하고 폐업 신고하면 외형적으로는 사업이 폐쇄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물적 자산 외에 영업권이나 지적재산권, 거래처 등을 계열사나 경쟁업체 또는 협력업체로 넘기는 경우에는 이를 사업의 폐지가 아닌 영업양도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업양도 시에는 근로자의 고용관계도 그대로 승계되고, 양도 과정에서 해고되는 경우 이는 정리해고로서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게다가 폐업 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기계와 부동산 정도 밖에 없지만, 영업양도 시에는 특허권이나 납품처에 대한 권리까지 모두 넘길 수 있어 훨씬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열 받았어도 이러한 계산상의 수익을 쉽게 포기할 거 같지는 않다. 따라서 종업원들은 이제부터 그가 실질적 폐업을 하는 지 아니면 폐업을 가장해 영업양도를 하는 지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폐업이란 것은 기업의 자살행위다. 통상적으론 극한 상황에서 더 이상 숨 쉴수가 없을 때 택하는 마지막 선택이다. 그런데 그는 하루 아침에 갑자기 죽겠다고 선언했다. 네티즌들이 "돈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할 만 하다. 불학지인((不學之人)이라 했다. 돈 좀 있다고, 힘 좀 세다고 제멋대로 구는 것은 다 못 배운 사람(不學之人)이란 뜻이다. 제 힘만 믿고 교만 떨며 함부로 굴다가 급전직하 나락으로 떨어진 뒤에는 후회해도 이미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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