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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악동뮤지션 살펴보기 ① 정말 창의적인 거야? (화성 편)

'악뮤' 자작곡의 창의성, 음악학적으로 들여다보기 1부 - 화성 편

[취재파일] 악동뮤지션 살펴보기 ① 정말 창의적인 거야? (화성 편)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첫 회에 나타난 몽골에서 온 남매, 악동뮤지션의 음악은 신선했습니다. 회를 거듭하면서 하나 둘 공개되는 그들의 자작곡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음원 차트 1위는 물론 100위 안에서 몇 달 동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재근 / 대중문화평론가
“요즘에 기획사에서 몇 억씩 투자를 해서 가수를 키우고 또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신곡을 만들어도 음원차트 1위 한번 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근데 이 어린 친구들이 계속해서 음원차트 1위도 하고 상위권 오랫동안 점령한다는 건 정말 수많은 기획사 기획자들을 절망에 빠트리는 일이고 굉장히 놀라운 성과인 거죠.”


그리고 사람들은 이들의 성과에 ‘창의적’이라는 붙였습니다. 다리꼬지마, 매력있어, 라면인건가, 크레센도, 외국인의 고백 등 나오는 대로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던 그들의 자작곡. 여전히 쌓여있다는 50여곡의 노래들. 게다가 이런 음악성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이 아직 주민등록증도 나오지 않은 미성년의 청소년 남매라는 사실. 또 제대로 음악교육을 받지도 않은 아이들이라는 것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그들의 노래 가사에서 사람들은 놀라워했습니다. 몇 가지 곡의 가사들을 살펴볼까요?

♬ 다리꼬지마
네가 시크를 논해서 내 본능을 건드려
앞뒤 안 가리고 다리 치켜들고 반대 다리에 얹어 다릴 꼬았지 아니 꼬았지.
내 다리 점점 저려오고 피가 안 통하는 이 기분

네가 도도를 논해서 내 본능을 건드려
주먹 불끈 쥐고 책상 내리치고 모두를 주목시켜 다릴 꼬았지 배배 꼬였지
발가락부터 시작된 성장판 닫히는 이 기분

♬ 크레셴도(Crescendo)
노을빛 보며 빌은 이른 아침의 소원 얘기든 시름 시름 앓았던 사랑 얘기든
일단 말하고 봐 바라던 바 시작도 안하고 포기는 마
맘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꿈 thanks 오늘의 날씨는 기쁨
Don't cry You can fly You don't even try

있는 듯 없는 듯 축 쳐진 고개는 들고 선 들뜬 애들처럼 놀아 라시도레미파
올라가는 멜로디 빨라가는 템포를 따라 laugh aloud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모두가 날 알아보도록 Crescendo 날 알아듣도록 Crescendo 모두가 날 알아보도록 Crescendo 날 알아듣도록 Crescendo

하재근 / 대중문화평론가
“이 친구들의 가사가 억지로 어디서 꾸며낸 뭐 환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완전히 생활 공감의 생활에 밀착된 이야기. 그 나이 대 친구들이 정말 예쁘게 공감할 법한 그런 이야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가사에 공감을 하는 거고 요즘에 우리나라 가요 가사가 4차원, 외계어,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말들 이런 가사들이 굉장히 많았다 보니까 더욱 더 우리의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해주는 이런 생활 밀착형 가사가 사람들한테 환영을 받고 있는 겁니다.”


대중의 인기를 많이 받고 있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이 극찬하고 1등을 했다는 것을 넘어서서 여전히 이들의 음악이 창의적인가라는 문제는 조금 더 ‘음악적’인 관점에서 검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아이들, 그저 듣기 편한 음악을 만들어 내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엄격하게 학적으로 접근해 줄 사람을 찾던 <현장21>팀이 분석을 의뢰한 전문가는 권정구 기타리스트였습니다. 같은 기타에 대해 이해가 깊으면서도 음악학적 분적을 해줄 장르가 다른 사람으로 권정구 씨는 적합한 사람이었죠. 하지만 여러 악기들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권정구 씨에게도 대중음악 분석은 사실 도전이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저 사람이 왜 대중음악을 분석하고 있지? 이제 클래식은 안하는 건가? 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권정구 씨는 새로운 도전과 후배 음악인으로 등장한 악동뮤지션에 대한 사랑으로 분석에 응해줬습니다. 설명은 화성적 분석을 먼저 하고, 가사 분석을 나중에 해보겠습니다. (덧, 방송에 나왔던 불완전종지를 사용한 크레센도는 제외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클릭! http://netv.sbs.co.kr/player/netv_player.jsp?uccid=10002161380 )

먼저, <라면인건가>라는 곡입니다.
http://netv.sbs.co.kr/player/netv_player.jsp?uccid=10002010467
이 노래를 끝내고 심사위원인 박진영씨는 이런 말을 합니다. “오늘 곡도 두 번째 코드가 작곡가들이 안 가는 코드에요. 항상 저 코드 뭐지 하다가 30초가 흘러요. 그런데 그 한 코드 빼고 나머지는 우리가 말하는 머니코드라고 굉장히 대중적인 코드를 쓰면서 그 한 부분만 살짝 새로운 코드를 썼기 때문에 작곡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굉장히 뛰어난 거죠. 우리가 가장 이상적인 거는 가장 대중적인 것에서 약간 다른 걸 섞는 게 가장 히트할 확률이 많거든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뛰어난 작곡이고요.”

이 곡의 코드 분석을 해보면 G(지) – F#7(에프 샵 세븐) – Bm(비 마이너) – Am(에이 마이너) – D7(디 세븐)입니다. 박진영 씨가 주목한 코드는 바로 이 F#7코드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속7화음입니다. 부속7화음이 무엇인지 지금 설명하기엔 또 이해하기엔 너무 큰 어려움이 따르지요. 과연 그것이 어떤 효과가 있는 건지에 대해서만 설명을 들으면 됩니다.

권정구 / 기타리스트
“전문용어로 부속7화음이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그래서 그 이걸 아주 적절하게 쓰다 보니까 느낌이 하나 내려가 버리니까 훨씬 더 느낌을 편하게 만들죠.…전혀 그 코드에 그 노래에서 전혀 나오지 않을 만한 형태의 코드가 등장합니다. 보통 우리 그냥 마치 한국말 하는데 중간에 영어가 나오는 듯한 그런데 그게 전혀 이상한 게 아닌 매우 세련된 형태입니다. 그래서 이런 기본 형태에서 부속7화음을 누가 잘 넣고 하느냐 이런 것들이 하나의 작곡의 테크닉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착시현상>이라는 곡입니다.
http://netv.sbs.co.kr/player/netv_player.jsp?uccid=10001996055
대중성이 없다고 일부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런 반응도 나왔습니다.
“제 심사가 나머지 두 분과 같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계속 첫 번째 코드 청음 따느라고요. 청음이라고 첫 번째 코드를 따려고 했는데 못 따겠어요. 그 코드 뭔지 모르고 치죠, 또? 굉장히 어려운 화성 진행이고요. 저 나이에 저런 친구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저는 그냥 저 코드 세 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계속 듣고 있을 수 있었어요.“

이 곡을 코드 분석해보면 FM7sus4(에프 메이져 서스펜디드 포) – G6(지 식스) – A9(에이 나인)입니다. 자꾸 등장하는 숫자들에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예전에 중,고등학교 음악 수업에서 배운 코드들은 1도, 3도, 5도가 합쳐진 쉽게 도,미,솔 화음입니다. 7이면 도(1)레(2)미(3)파(4)솔(5)라(6)시(7)에서 ‘시’를 붙이는 코드인데 이 정도는 많이 쓰고 쉽게 씁니다. 하지만 6, 9(위의 설명과 연장선상에서 레) 같은 건 대중음악에서 쉽게 쓰이질 않습니다. 즉 7에 4도까지 더하고 6에 9까지 쓴다는 건 왜 대중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코드 진행이지요. 이 곡에 대해 권정구 씨는 어떻게 평가할까요.

권정구/ 기타리스트
“화성적으로 분석하면요. FM7sus4(에프 메이저 세븐 서스펜디드 포)라고 하는 아주 어려운 용어가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 박진영씨도 저거 코드가 뭔지 잡는다고 되게 힘들었다고 했죠.…사실 거기서는 그게 무슨 코드인지 잘 모르는 이유는 이게 화성학적인 기반을 하지 않은 형태기 때문에 그런 분석 자체가 사실은 무의미한 곡입니다.”


기껏 어려운 코드 분석을 하고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게 무슨 말일까요? 여기엔 변하지 않는 손 모양에 비밀이 있습니다. 착시현상에서 기타 코드를 잡는 찬혁군의 손모양은 세 코드를 모두 연주하면서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즉 한 코드를 잡고 그 손 모양은 그대로 한 채 위치만 바꾸는 겁니다.

권정구/ 기타리스트
“이 속에는 다시 클래식적인 하나의 이론이 숨어들어 있습니다. 그것이 뭐냐 하면 페러럴리즘(parallelism)이라고 하는 어떤 현대적 기법인데요. 똑같은 폼을 하나를 잡고 그대로 옮기는 겁니다. 이런 상태 이것은 이미 1900년 초반부터 사용된 형태인데요. 특히 기타에서 아주 특징적으로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보시면 기타는 줄이 6개인데 이 곡에서 보면 이 두 가지를 쓰지 않습니다. 이 두 줄을 치지 않아요. 실제로  이거 4줄 밖에 그러니까 6개를 다 치기는 하지만 짚지 않아요. 짚어야 소리음이 올라갈 텐데 그래서 짚지 않은 음을 개방 현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연주) 그래서 계속 이 개방 현 소리가 나는 거죠. 그런데 이 개방 현 소리가 나는데도 어울리거든요. 이상하지 않게.”


이미지
놀라운 것은 악동뮤지션은 이런 것을 알고 작곡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찬혁 / 악동뮤지션
배운 거라기보다는 코드는 독학. 또 어려운 코드는 잘 몰라요. 쉬운 기본 코드. 여러가지 치다 보니까 음이 좋은 것들도 많아서 발견한 코드들도 있어요.

이수현 / 악동뮤지션
솔직히 만들면서 이론적으로 이게 원래 다 안 쓰는 코드고 이런 거 다 몰라요. 그냥 만들어 놓고. 그냥 듣기 좀 신비하다. 신비하다. 그런 거.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작곡을 하는 건지 물었습니다.

이찬혁 / 악동뮤지션
그러니까 뭔가 생각이 났을 때 그때 급하게 처리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걸 시작하고, 끊어지면 다시 그 느낌이 생각이 안 나요. 그러니까 한 번 했을 때 한시간 혹은 가장 짧게 만든 건 5분 막 갑자기 필 받으면 막 쓰는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끝낸 곡들이 제일 좋더라고요. 제일 빨리 끝낸 곡들이. 그래서 그런데 딱 하고 그 다음 날 되서 다시 시작하려고 하면 그 곡은 좀 어려워져요.

이찬혁 / 악동뮤지션
생방송에서 첫 번째로 불렀던 라면인건가도 그냥 이 자리에서 기타 땅 치다가 라면인건가. 라면인건가. 오, 좋은데? 해서 이수(이수현 – 가족들은 수현 양을 이렇게 부름)가 옆에서 듣다가 화음 라면인건가. 라면인건가. 오, 완전 좋아. 해가지고 거기서 지은 거예요. 라면 먹고 싶어서 쓴 거예요. 그 자리에서 바로 그냥 오, 뭔가 떠오른다하고 여기 공책 딱 펼치고 한 거예요. 그 자리에서.


그러면서도 악보는 쓰지 못했습니다. 가사만 적어놓는다고 합니다. 음이나 코드진행 모두 그 자리에서 외우는 방법을 씁니다.

이수현 / 악동뮤지션
그냥 다 기억해요.

이찬혁 / 악동뮤지션
잘 안 까먹어요. 혹시 까먹어도 동생한테 미리 들려주니까 동생이 기억해 놨다가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이런 악동뮤지션에 대해 권정구 기타리스트는 더욱 놀라운 일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면서 권 씨는 화성적으로 또 기타 연주 측면에서 악동뮤지션의 음악적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1. 6th, 9th, 11th 계류화음 등 비화성음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2. 오른손에서 아르페지오(코드안의 음을 풀어서 치는 방법)와 타악기적 효과(기타를 탁탁 치는 소리)를 적절히 배합하여 경쾌한 느낌을 만들고 있다.
3. 간단한 반주패턴을 동일 반복하여 가사 전달이 매우 효과적이다.
4. 이미 검증된 코드 패턴을 사용하여 친숙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다음 취재파일은 독특하고 개성있다는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시작에서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악동뮤지션 노래의 가사를 분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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