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재개발이라는 게 쉽지 않다보니, 공사하다말고 몇 년 씩 방치된 곳들이 많습니다. 보기에 좋지 않은 건 당연하고, 우범지대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심영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늦은 밤 서울의 한 재개발 구역.
거대한 흉가 마을이 돼버린 지 오래입니다.
금세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깨진 유리창에 널려 있는 쓰레기들, 어두 컴컴한 골목길은 성인 남성도 혼자 지나가기 무서울 정도입니다.
10년 넘게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주거 환경은 극도로 악화됐습니다.
[00 재개발 구역 주민 : (저쪽으로는 안 가시겠어요?) 그렇죠, 안 가죠. 이쪽으로는 캄캄하고 위험하니까.]
빈집 곳곳에 누군가 드나든 흔적이 역력합니다.
노숙자에 가출청소년까지,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는 겁니다.
[00 재개발 구역 주민 : 낮이나 밤에도 웬만하면 다니지 말라고. 이쪽으로는 안 다녀요.]
이처럼 장기간 정비가 중단된 채 방치된 지역은 서울에만 80곳에 이릅니다.
짓다가 만 건물들도 도심의 또 다른 흉물입니다.
8층 규모의 빌라 공사현장입니다.
법적 분쟁으로 공사가 중단된 뒤 10년 넘게 방치돼 있습니다.
장기간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은 서울에만 26곳, 전국적으로는 4백 곳이 넘습니다.
자금 부족에서 소송, 업체 부도까지 이유도 각양각색입니다.
[윤정호/근처 점포 운영 : 좀 위험하긴 하죠. 초등학교가 옆에 있는데 횡단보도 건너다니거나 하면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요.]
경찰은 최근 재개발 공사 중단 지역을 성폭력 범죄 특별관리구역으로 확대 지정했습니다.
또 장기간 방치된 건축물의 경우 지자체의 강제 정비를 허용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장희순/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 심대하게 공공성을 저해한다면 국가가 어느 정도 규제할 수 있다는 거죠. 사유재산이라고 해도 자기 맘대로만 할 수 있는 그런 건 아니거든요.]
하지만, 법규나 단속만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 하면서 장기간 공사 중단 사례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 이원식·김성일, 영상편집 : 박춘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