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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이어 인조잔디묘…고령화 문제 시작

<앵커>

묘지 관리가 어려워서 묘지를 아예 시멘트로 덮은 사연, 보도해 드렸는데 인조잔디 묘까지 등장했습니다. 계속된 고령화로 묘지 관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김학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남 고흥군의 가족 납골묘지입니다.

멀리서도 눈에 확 띌 만큼 말쑥하게 정비돼 있습니다.

그런데 봉분을 덮은 잔디가 유독 푸릅니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인조잔디입니다.

가족회의를 거쳐 봉분과 묘지 주변을 모두 인조잔디로 바꿨습니다.

[류정석/전남 고흥군 남천마을 : 일 년에 벌초를 네 번씩이나 하는데 도저히 농촌에서는 일꾼도 없고 그래서 서로 집안끼리 타협한 거죠.]

인근에 있는 가족 묘지는 전체를 시멘트로 뒤덮었습니다.

묘지 주인이 외지에 사는데 가족회의를 거쳐 이달 초에 시멘트 봉분을 만들었다고 마을 이장은 말합니다.

[박문암/전남 고흥군 여동마을 이장 : 멧돼지가 봉을 헐어버리죠. 그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멘트를) 발라버린 거죠. 다시 그런 피해를 안 보려고.]

인근에 있는 또 다른 가족묘지.

역시 시멘트로 덮었는데 이곳은 아예 봉분마저 없앴습니다.

묘비만 아니면 이곳이 묘지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묘지를 돌보던 후손이 나이가 들어 더는 관리할 수 없게 된 탓입니다.

[류장길/전남 고흥군 남천마을 : 1년에 한 번 올 듯 말 듯하고 돈 몇 푼 내놓고 오도 가도 안 하고. 저기다 저렇게 발라버리니까 좋기는 좋아.]

시멘트를 덮은 묘지 바로 근처입니다.

후손이 모두 고향을 떠나 묘지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사방에 관리 안 된 묘지 투성입니다.

잡초는 무성하고, 봉분 흙은 무너져 내리고, 아예 흙 무덤이 된 곳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문자/전남 고흥군 여동마을 : ((무덤 주인은) 이 동네에 안 사시나 보네요?) 순천 살아 순천. 풀이 나고 그러니까 약을 쳐버렸지. 그래서 그래.]

고흥군 주민 7만 천여 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2만 4천여 명으로 3분의 1이 넘습니다.

고령화 문제가 묘지관리에서 시작된 겁니다.

[강정원/서울대 인류학과 민속학 전공 교수 : 전통가치는 지켜내고 싶지만 실제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다양한 방식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노인들 스스로 시멘트나 인조잔디가 아니라 화장이나 수목장 등 보다 현실적 대안을 생각해야 할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주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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