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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재보선과 거물 정치인, 그 끈끈한 역사

[취재파일] 재보선과 거물 정치인, 그 끈끈한 역사
박근혜 정부 들어 첫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결과는 새누리당 김무성, 이완구 후보가 당선됐고,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가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민주당 타이틀을 단 후보는 모두 탈락했습니다.

이번 재보선은 일찍부터 결과가 점쳐졌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라는 인물의 제도권 정치 첫 진입이라는 이벤트 때문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국회의원이 된 안철수 후보는, 아니 이제는 안철수 의원이라고 호칭을 해야겠죠, 어제(26일) 아침 국회에 첫 출근을 했습니다. 국회 기자실에 들러 기자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안 의원 특유의 수줍은 표정으로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간단히 인사를 했습니다. 선거를 치르느라 피곤이 꽤 쌓였을 텐데도 얼굴 표정은 상당히 밝아보였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국회의원으로서 첫 인사 발언을 했습니다. 정치란 혼자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도와달라고 말하고 겸손한 자세로 일하겠다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작 안철수 후보의 중요한 말은 이 말이었던 같습니다.

“선거란 유권자에게 비전을 함께 하는 것을 넘어 유권자와 정치인 간에 약속을 맺는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유권자들과 약속 지키고 기대에 절반이라도 미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선거를 “약속”이라고 했습니다. 새정치 실현에 대한 약속이겠죠. 약속을 잘 지키는 ‘초심’을 잃지 않는 새 정치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사실, 재보선은 한국 정치사를 보면 소위 말하는 거물 정치인들의 등용문이었습니다. 안철수 의원도 재보선을 통해 현실 정치에 첫 입문하는 기록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자, 그럼 과거에는 안철수만한 인물급으로 누가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했을까요?

1961년 강원도 인제에 재보궐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젊은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민주당 소속으로 지구당 위원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강원도 출신이 아닌 호남 출신이었습니다. 앞서 1959년에 있었던 인제군 재보선에 출마했지만 한 번 고배를 마셨고 이듬해인 1960년 총선에 출마했다가 또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앞서 당선된 사람이 물러나면서 치르진 1961년 재보궐 선거에서 드디어 금배지를 달았습니다. 그런데 인생은 그에게 상당히 가혹했습니다. 마치 그에게 다가올 훗날 인생에 대한 복선과 같았습니다.

1961년 그해 재보선은 5월 14일 날 있었습니다. 그가 국회의원 당선을 확인하고 기뻐한 날은 5월 15일, 그리고 그 다음 날인 5월 1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고 국회는 해산됐습니다. 의정활동을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그렇게 끝났습니다. 이 비운의 주인공은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입니다. 당선 이틀 만에 금배지가 날아가 버렸지만 어쨌든 그의 첫 국회의원 입문은 1961년 5월 14일, 5.16 쿠데타 이틀 전에 치러졌던 강원도 인제 재보궐 선거였습니다.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다음 인물은 오랜 칩거 생활을 하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박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표와 연을 맺어 정치권에 발을 딛게 됩니다. 1997년 당시 이회창 대표는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김대중 후보와 대결을 벌였습니다. 이때 이회창 후보는 보수 세력의 세를 모으기 위해 칩거중이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접촉해 지지 선언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연을 계기로 다음 해인 1998년 이회창 대표의 권유로 박근혜 대통령은 4월 2일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하게 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과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 등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무난히 당선됐습니다. 

이 밖에도 재보궐 선거를 통해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인물로는 김영삼 정부 시절 첫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시절 첫 재보선에서는, 얼마 전 정치 은퇴를 선언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유시민 전 의원이 있습니다.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됐던 김대중, 박근혜 두 인물은 훗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손학규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 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지금은 독일에 머물고 있습니다. 유시민 전 의원은 진보 진영의 대통령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곤 했지만 지난 대선 과정을 겪으면서 정치적 상처를 많이 입은 후 스스로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현실 정치 무대에서 퇴장했습니다.

자, 안철수 의원의 현실 정치 무대 데뷔는 2013년 4월 24일 서울 노원 병 재보궐 선거로 일단 기록됐습니다. 한때 대한민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그의 앞으로 정치 인생은 어떻게 기록될까요? ‘한때 그랬던 인물이 있었다’라고 기록될 지 아니면 훗날 그가 원하던 결과를 이뤄내면서 미래의 역사 속에서도 거론되는 인물로 기록될 지, 모든 것은 안철수 의원 그에게 달려있다고 봅니다. It's up to you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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