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25일(현지시간) 연 '국민과의 대화'에서 다양한 국내외 현안과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 연결'이라는 제목의 이날 국민과의 대화는 주요 TV 및 라디오 채널로 생방송 되는 가운데 방송국 스튜디오에 나온 각계 인사들과 전국의 주민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국민과의 대화는 3기째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푸틴이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연 7번째 대화다.
◇ "보스턴 테러 국제 공조 필요성 증명" = 푸틴 대통령은 미국 보스턴 테러 사건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 사건이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단합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러 사건 이후 용의자가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러시아에 적대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질문자의 지적에 푸틴은 러시아 스스로 국제테러리즘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동안 러시아 정부가 테러 등의 방식으로 무장투쟁을 벌이는 체첸 이슬람 반군들을 강경 진압하는 정책을 편 데 대한 서방의 비판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푸틴은 "서방 국가와 언론이 러시아에서 야만적인 유혈 테러를 저지른 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고 반란군이라고 부르며 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해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항상 (서방국가들에) 테러리즘이 공통의 위협이라는 선언만 반복하지 말고 실제로 서로 도울 필요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며 "보스턴 사건은 우리의 주장이 옳았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차르나예프 형제가 이슬람권인 북(北)캅카스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일부 미국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차르나예프 형제는 미국 보스턴에서 살았으며 동생 조하르는 미국 시민권까지 갖고 있다"며 문제는 민족이나 종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내 일부 정치인들이 보스턴 테러 사건의 용의자들을 군사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미국에서 내전이 진행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군사법정 얘기는 "순전한 헛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보스턴 사건을 계기로 여러 나라가 테러리즘과 같은 공통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이슬람 자치공화국들에서 학생들이 히잡을 착용하도록 허용하자는 주장에 대해 다민족 국가인 러시아의 일부 자치공화국들에서 민족적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히잡을 착용하는 것은 민족적 특성과는 관련이 없다며 반대 견해를 밝혔다.
◇ "베레조프스키로부터 두 차례 편지 받아" = 푸틴은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사망한 망명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로부터 두 차례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첫번째 편지는 올 2월경 받았고 두번째 편지는 베레조프스키가 사망한 뒤 받았다"며 "편지 내용은 거의 같은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베레조프스키는 편지에서 자기가 많은 실수를 범했고 러시아에 큰 손해를 입혔다고 인정하며 자신을 용서하고 러시아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푸틴은 첫번째 편지는 그의 옛 러시아인 사업 파트너가 건네줬고 두번째 편지는 외국인 사업 파트너가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베레조프스키의 귀국과 관련한 문제를 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었고 사법부, 검찰 등의 자문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곧바로 답장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푸틴은 편지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비록 베레조프스키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편지가 사적인 것이었고 개인적 부탁을 담은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족의 요청이 있으면 베레조프스키가 러시아 땅에 묻히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지난 3월 23일 런던 교외의 부촌 애스콧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정부 경제 정책 기본방향 변화없을 것" = 푸틴 대통령은 향후 정부 경제 정책의 기본 방향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도 우선적으로 거시 경제지표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며 인플레 억지가 경제 정책의 기본 방향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푸틴은 국가두마(하원)가 하루 전 공직자들의 외국 계좌 및 주식 보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한 것과 관련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일반 국민은 어디에 자신의 돈을 보관할지 선택할 권리가 있지만 공직자는 국내에 돈을 예금해야 한다"며 "공직자는 외국 계좌를 유지할지 아니면 국민을 위해 일하면서 경제를 일으킬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고위 공직자들이 외국으로 거액의 자산을 빼돌리는 관행으로 악명높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정연설에서 공직자 부패 척결과 경제의 대외취약성 완화를 위해 러시아 자본의 국외도피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푸틴은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지난 2월 중순 공무원들이 외국에 은행 계좌를 갖거나 외국 주식과 증권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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