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이 2.3%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경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16일 추경편성안을 발표하면서 한국은행에 대해서도 은근히 금리인하로 화답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중수 한은총재는 경기가 조금이나마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고, 더 나빠질 때를 대비해 금리정책의 실탄을 확보해 둬야 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금리를 동결했다. 많은 언론들은 '경제정책 엇박자'니, '김중수의 뚝심' 등의 표현을 써가며 김총재가 금리타이밍을 놓쳐 자칫 옷을 벗을 수도 있는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김총재 역시 "경기 개선이 안 되면 한은의 판단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다"고까지 했다
오늘(26일) 발표된 1분기 경제성장률 결과를 보면 김총재의 판단이 옳았다고 볼 수 있다. 당초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 0.5% 를 훌쩍 뛰어넘는 0.9%까지 나온 것이다. 경기악화를 들어 대규모 추경예산까지 편성하면서 야단법석을 떨었던 정부로서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김총재의 한판승이다. 그런데, 이번엔 일본의 엔저정책을 두고 두 경제수장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엔저현상은 올 하반기쯤 수그러들 것"이라며, "엔저 대응책으로 자본유입을 완하하는 장치로 거시건전성 규제인 3종세트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중소 수출업체 지원에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국제공조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중수 한은총재도 같은 날 강원도청 초청강연에서 "엔저 현상이 계속될 것이며,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면 "가전과 자동차, 철강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총재는 이에앞서 서울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4월 경제동향간담회'에서도 엔저 장기화와 엔화가치 추가 하락에 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치 핑퐁을 하듯 일본의 엔저정책을 두고 한마디씩 주고받은 것이다.
엔저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데는 서로가 인식을 같이 하지만, 엔저기조에 대해서는 서로 엇갈리 시각을 보인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재무장관회의에서도 그 자리가 일본의 양적완화를 사실상 용인해주는 자리였다는 외신들의 반응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외환규제보다는 현재 조치를 지켜봐야 하고, 토빈세 도입보다는 폴리시믹스(정책조합)이 중요하다" 강조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현부총리의 엔저전망이 너무 낙관적이지 않냐는 비판도 있다.
정리하면, 현부총리는 일본의 양적완화가 곧 한계에 도달할 것인 만큼 우리정부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고, 김중수 총재는 엔저위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인 만큼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경제수장의 엇갈린 주장에서 대해 시장은 금리정책에 이어 또다시 기싸움을 벌이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럽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좀더 두고봐야 안다. 하지만 국민들은 불안하다. 나라 경제를 이끄는 두 수장이 서로 자기의 주장이 옳다고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학 4년 선후배 사이인 김총재와 현부총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법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아쉽다.
[취재파일] 현오석-김중수 2라운드:엔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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