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경주마 vs 자동차 vs 육상선수

말도 안되는 시합, 말도 안되는 결과(?)

[취재파일] 경주마 vs 자동차 vs 육상선수
경주마가 달리는,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주로에서 펼쳐진 시합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공식 대결을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그런 시합이었지만, 솔직히 그 결과가 궁금했고, 결과가 너무 뜻밖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누가 이겼을까요?

지난 일요일이었습니다. 과천 서울경마장에서 번외 경기로 펼쳐진 경주마와 자동차와 육상선수의 달리기 시합. 속도 차이를 고려해 육상 선수는 200m를, 경주마는 450m를, 차는 550m를 달렸습니다. 사실 이렇게 거리가 제각기 다르면 말 그대로 '경주'라고 하기가 좀 그렇겠죠? 한국마사회가 처음 이 대결을 계획할 때만 해도 안 그랬다고 합니다.

육상선수만 200m를 달리고, 경주마와 차량은 똑같이 400m를 달리게 할 생각이었는데, 실제로 뛰어보니 말만 너무 잘 달리고, 육상선수랑 차가 너무 뒤쳐지더랍니다. 그래서 차량은 모래밭에서도 잘 달리는 버기카로 바꾸고, 육상 선수에게는 인조잔디를 깔아주고 또 뛰게 했습니다. 이렇게 3차례의 모의 경주를 통해 가장 박빙의 경주를 펼칠 수 있게끔 계획을 짠거죠. 여기서의 박빙이란 물론 결승선 도착 기준입니다.
이미지
이쯤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등장하는 선수의 면면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육상선수는 지난해 전국체전 대학부 100m와 200m를 우승한 경북대 소속 이재하 선수였습니다.우승할 당시 200m 공식 기록은 21초 06, 시속으로 환산하면 33.3km/h였습니다.

이에 맞서는 말은 비록 지금은 은퇴했지만, 과거 1군에 소속돼 있던 경주마 블레시드로 평균 시속은 50-60km. 거기에 통산전적 100승이 넘는 베테랑 이기회 기수가 기승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차량은 2천cc급으로 모래 주로에서 60-65km/h의 속도를 내는 오프로드 버기카. 마찬가지로 전문가인 이창우 레이싱 드라이버가 차량에 탑승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사실 좀 허무했습니다. 공식 기록은 이재하 선수 25초 43, 버기카 26초 32, 경주마 28초 48로 이재하 선수의 승리. 1-2초간의 짧은 찰라지만 주로에서 느껴지는 거리차는 작지 않았습니다.
내심 사람이 이기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차이가 꽤 나다보니 박진감이나 긴장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주를 계획한 한국마사회는 시합 전날 내린 비로 주로가 딱딱해져서 이재하 선수에게는 유리하고
경주마에게는 불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 버기카는요? 재미있게도 버기카는 출발 신호를 잘 못들었는지 출발이 꽤 늦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승선을 50m 가량 남겨두고 버기카가 경주마를 따라 잡았으니 경주마의 컨디션이 영 아니었던 모야입니다.

어찌됐든, 사람과 말과 차의 경주는 사람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를 두고 '인간승리'네, '멘탈의 승리'네 하고 얘기할 수도 물론 있겠지만 뒷맛 개운하지만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해 뛰어준 이재하 선수에게 박수를 먼저 보내고, 말과 자동차, 기수와 드라이버에게도 박수를 보낼 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재하 선수는 이런 이벤트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비인기 종목 육상을 알리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라고 밝혔습니다. 말과 자동차까지 이긴 육상 선수가 우리나라에 있음을 아셨으니 이제 육상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면서 관전평을 마치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