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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산양'의 떼죽음을 막아주세요

화장실을 쓰는 깨끗한 동물 '산양'

[취재파일] '산양'의 떼죽음을 막아주세요
참 잘생겼죠? 강원도 삼척 어딘가에 살고 있는 녀석입니다. 멀리서라도, 후다닥 도망가는 모습이라도 꼭 한 번 보고 싶었지만, 만남을 쉽게 허락하지 않더군요. 8년간 기자 생활하면서 이렇게 만나기 어려운 취재원은 해양수산부 윤진숙 장관(취임 전 상황)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멸종위기종 1급, 천연기념물 217호, 2천년대 초반 기준 남한에 700여 마리 생존. 산양의 스펙은 화려하다 못해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그나마도 지난 2010년 기록적인 폭설에 2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전수조사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과연 몇 마리나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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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산양의 흔적을 쫓아 강원도 삼척과 경북 울진 일대에 다녀왔습니다. 최소 존속 개체군, 즉 스스로 존속이 가능한 집단을 이루고 사는 몇 안되는 산양 집단 서식지로, 이 지역에만 100여 마리 정도가 산다고 추정하는 곳입니다. 집단 서식지라고는 하지만 100여 마리가 모두 떼로 다니거나 한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미 산양은 새끼가 서너살이 돼 독립하기 전까지만 함께 하고, 그 외에는 독립생활을 합니다. 낯선 냄새에 민감해 좀체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뿐아니라, 바위 지대 특히, 경관이 트인 절벽에 가까운 곳을 선호하다 보니 물리적으로도 가까이 가기 힘든 동물입니다.

산양이라는 녀석은 바위를 등지고 앉아 트인 경관을 보면서 되새김질을 즐기고, 그런 곳에서만 배설을 하는 습성 때문에 소위 '똥자리'라는 것이 자주 발견됩니다. 산양의 똥은 계피향이 난다고 들었는데, 맡아 보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주관적인 느낌으론 그냥 풀냄새였습니다. 모양과 크기는 딱 강낭콩 정도였고, 한 번에 100개에서 많게는 400개 정도 배설을 한답니다. 제가 만나고 온 것이 산양이 아니라, 산양의 '똥자리'뿐이기에 잠시 배설물 얘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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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이라는 환경단체가 이 지역의 산양 서식에 대해 지난 3년간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민간단체가 이렇게까지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죠. 이 자리를 빌어 그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민간단체가 직접 나선 이유는 사실 정부가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산양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추정되는 곳이지만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이나 보호 체계가 부족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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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한만형 활동가의 말을 빌리자면, 설악산 등의 지역은 (멸종위기)종복원센터나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서 수시로 산양의 생태를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보호활동을 펼치지만 이 지역에는 그런 시설이 없다는 겁니다. 법으로 정해놓은 보호종이지만, 정작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 2010년 겨울에 떼죽음을 당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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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이에 대해 직접은 못하지만, 지역 주민 등을 통해 매일 순찰을 벌여 왔고, 지난 겨울에는 먹이주기 등의 활동을 통해 폐사하는 개체 수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는 얘기였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지역에는 3년 뒤인 2016년쯤에나 종복원센터가 들어서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보호활동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녹색연합은 지난 3년 간의 모니터링과 분석을 통해 지방도와 국도로 인해 산양의 서식지가 파편화 즉, 여러 곳으로 나눠지고 이는 곧 근친교배나 로드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등산로도 예약탐방제가 실시되는 곳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는데 불특정하게 등산객이 출현하는 일반 등산로 주변에서는 산양이 서식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산양을 위해 지방도나 국도를 없애야 하느냐, 등산로를 폐쇄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논란거리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법으로까지 정해 보호해야한다고 천명한 귀한 동물이니만큼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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