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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을'…한 중소기업의 폐업 이야기

<앵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형공사를 따내며고 발주기관에 뇌물을 줬다가 처벌을 받았습니다. 대기업이 시킨 일이었습니다. 그 두 회사 운명이 지금 어떻게 됐나 확인해 보시죠.

권지윤 기자입니다.



<기자>
 
자동화 설비 사업을 했던 중소기업이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9년 전, 잘못된 선택이 화근이었습니다.

[이모 씨/중소기업 대표 : 후회…너무 많이 후회합니다.]

한 대기업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주한 3천억 원대 공사를 따내면 중소기업에게 450억 원대 하도급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모 씨/중소기업 대표 : (대기업이 우리한테) 찾아와서 (사업수주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공사 수주는 성공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인천공항 고위간부에게 줄 뇌물 1억 원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이모 씨/중소기업 대표 : 자기(대기업)들은 돈을 만들 수 없어서 저희 회사한테 자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어요. 제가 그분(인천공항 고위간부)을 잘 모른다고 했더니 약속장소까지 정해서 갖다 주라고 해서 갖다 줬어요.]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면서 공항공사 간부, 대기업, 그리고 중소기업 관련자가 줄줄이 처벌받았습니다.

이후 사업은 어떻게 됐을까?

대기업은 수주한 사업을 계속 진행했지만 중소기업은 하도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모 씨/중소기업 대표 : (대기업에서)계약을 취소해야 된다고,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했다는 이유 하나로만…안타깝다고만 얘기를 하고 전임사장이 바뀌었다면서…]

당시 중소기업은 450억 원 상당의 하청을 준다는 대기업의 말을 듣고 공장까지 구입했지만, 공장은 수년 째 방치됐고 결국, 경매로 넘어갔습니다.

대기업은 "가능한 범위에서 도움을 줬는데 중소기업이 다른 죄로도 처벌받은 게 있어 공항 측 요청으로 수주한 사업은 함께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불법행위를 함께 저질러 처벌도 같이 받았지만, 영원한 갑과 을 관계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운명은 정반대로 흘러가는 현실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박선수, VJ : 정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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