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간 원자력협정이 2016년 3월까지 시한을 2년 연장하고 추가협상을 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짐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폐연료봉) 처리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기술적으로 어떤 방식이 도입되든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겠지만, 미국 측이 핵무기 개발 전용 가능성이 있는 재처리와 농축에는 지속적으로 난색을 표출해 협상 자체가 일단 갈등만 봉합하는 수준의 현상유지에 그쳤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사용후 핵연료의 효과적인 관리 방안에 대해 의견 교환이 있었고 양측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파이로 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기술 개발에 대해서는 일정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이로 프로세싱의 실증연구 완료시점이 오는 2028년으로 향후 10∼20년이 걸린다는 관측도 있어 당장 '발등의 불'을 해결하는 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다.
◇ 촘촘하게 쌓으면 2024년까지 버텨 =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23개 원전의 수조 등에 임시 저장된 사용후 핵연료는 약 1만2천600t이다. 원전의 임시저장소 총용량은 1만8천t 정도로 70%가 이미 채워진 셈이다.
매년 700t 이상 폐연료가 배출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향후 7~8년이면 저장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다만, 원자력학회 컨소시엄에 따르면 현재와 달리 '조밀랙'을 설치하는 형태로 폐연료봉을 쌓게 되면 최초 포화시기를 오는 2024년까지 늦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수조에 담긴 폐연료봉을 촘촘하게 옮겨 쌓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며 "영광원전이 가장 먼저 포화상태에 이를 텐데 그 시기가 2024년이고 나머지 원전들은 좀 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원전 호기 간 이동'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다. 울진 1∼6호기 사용후 연료를 신울진 1∼4호기로 이송하는 방식 등이다.
일부 원전에는 건식 임시저장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습식저장 방식이다.
◇ 중간저장시설 공론화 '험로 예고' =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거나 직접 처분하는 나라는 드물다. 따라서 대다수 원전 운영국이 중간저장시설을 도입하는 추세다.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면 포화 상태에 있는 임시저장소의 사용후 연료를 옮겨다 놓을 수 있고, 향후 협상 추이에 따라 쌓아둔 연료봉을 꺼내 핵연료의 재처리도 가능하다. 핵연료는 재처리하면 부피를 90%까지 줄일 수 있다.
미국과의 협상이 시한 연장으로 결론난 상태에서 정부가 목을 매는 대목도 결국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공론화'다.
원자력협정이 우리 측에 유리하게 타결됐다면 여러 가지 '정책 옵션'이 가능했지만, 현재로선 기존 정책을 추진하는 것밖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산업부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을 마련할 공론화위원회를 다음 달 발족시켜 내년까지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년까지 한 가지 방안이 확정되지 못한다면 위원회를 추가로 가동하더라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한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론화위원회는 위원들을 천거할 추천위를 먼저 띄우기로 하고 산업통상자원위 여야 간사들과 정부가 협의 중인 상태다.
지난 2005년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시설인 경주 방폐장 건립을 확정하는 데도 수년간 진통이 따른 점에 비춰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은 훨씬 더 험난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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