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지난주 목요일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그리고 공동선언문이 발표됐다. 공동선언문 내용 중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의 엔저정책에 대한 입장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한일정부의 해석이 달라도 너무 다른 듯 하다. 먼저, 내용부터 보자.
"...각국 통화정책은 국내 물가안정을 꾀하고 경기회복을 견인하는 데 초첨을 둬야한다. 경쟁적인 통화가치의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환율을 정책수단으로
활용해서도 안된다... 장기간 지속되는 양적완화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유념해야 한다..지난 2월이후 일본은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내수확대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정책조치를 했고, 한국은 적극적 거시경제 정책패키지를
발표했다..."
우리정부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의 양적완화 저지필요성을 한국정부가 역설해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를 공동선언문에 담기까지 회의국의 동의를 이끌어냈고, 특히 한국의 최근 추경과 부동산정책 등 거시정책 조합에 대한 평가까지 담게 돼 이번 회의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런데 일본정부의 해석은 완전히 다르다. 일본 언론들은 "엔저정책은 자국의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내수확대를 유도하는 목적이었다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공동선언문이 그대로 대변해 줬다"는 일반관료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치 엔저에 대해 공식적인 면죄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엔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대체, 어느 정부 말이 맞을까?
일본 아소다로 재무상은 이미 공동선언문이 발표되기 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참가국 누구도 일본정책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자신에게 일본의 통화 정책을 환영하고 일본의 재정건전화 계획과 성장 전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공동선언문은 말 그대로 선언적인 의미에 그칠 뿐이고, 일본언론의 표현대로 G20회의가 공식적인 면죄부를 준 꼴이 될 수 있다.
아소의 이 발언이 나가고, 국제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99엔까지 떨어졌다. 외환시장은 우리정부보다 일본정부의 말을 더 신뢰한다는 반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이번 주중 약 4년만에 달러당 100엔대에 들어설 것이고, 당분간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엔화 가치는 연내에 달러당 105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도 일본나름의 아전인수식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우리보다는 일본정부의 말에 따라 더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왜 애써 일본의 엔저정책에 대해 마치 따끔하게 혼내주고 왔다는 얘기를 하려는 걸까? 신임 경제부총리에 한국은행 총재까지 함께 참석한 회의니 만큼 무언가 성과를 남겨야 한다는 공무원 특유의 조바심 때문은 아닐까? 국제회의에 나가서 대표단이 우리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고 왔으리라 믿는 국민이 더 많다. 그런데, 수고했다는 말까지 듣고 싶어서 사실을 지나치게 미화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직시해야 한다.
[취재파일] G20 재무장관회의 결과 왜 다르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