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범과 그 배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동 출신 등 유색인종을 겨냥한 '증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19일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뉴욕 브롱크스에 사는 압둘라 파루크(30)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 발생 수 시간 뒤 뉴욕 시내에서 불량배 서너 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아랍사람'이라는 게 이유였다.
파루크는 "가해자 중 한 명이 내게 '아랍인이냐'고 물어서 고개를 저었지만 '상관없어. 얘 아랍인 맞아'라고 말하며 한꺼번에 달려들었다"며 "폭행을 당하기 얼마 전에 보스턴에서 테러가 있었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보스턴 인근에 사는 헤바 아볼라단(26)은 17일 거리에서 30대로 보이는 남성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고 지역 일간 보스턴글로브가 전했다.
가해자는 '무슬림은 꺼져라. 너희가 테러리스트지'라고 악을 쓰며 주먹을 휘둘러 아볼라단의 어깨를 세게 때렸다.
팔레스타인 출신 의사인 아볼라단은 당시 히잡을 하고 있었으며 9개월 된 딸을 태운 유모차를 몰고 친구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아볼라단은 "그 남자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달려들었다"며 "(가해자가) 딸까지 해칠까 봐 겁이 났다"며 눈물을 쏟았다.
보스턴 경찰은 "이런 종류의 (증오)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폭행 용의자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근교에 사는 모로코 태생의 고교생 살라흐 바르훔(17)은 폭행은 아니지만 다른 형태로 홍역을 치렀다.
친구와 함께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했다가 현장 사진에 잡힌 바르훔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가 없다고 밝혀졌다.
하지만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의 표적이 됐고, 이 과정에서 인터넷에 신상이 밝혀지는 바람에 페이스북이 악플로 초토화되는 등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봤다.
바르훔은 "오리건 주에 사는 사람으로부터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느냐. 희생자들 생각은 해봤냐'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며 "어제 육상경기를 할 때는 한 남자가 'TV에 나온 사람 같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정말 무섭다"고 호소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언론들도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포스트는 18일자 신문에 이미 용의 선상에서 제외된 바르훔의 사진을 크게 실어 물의를 빚었다.
테러 당일인 15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20대가 용의자가 붙잡혔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경찰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CNN의 존 킹 기자는 17일 경찰이 한 용의자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을 리포트하면서 "피부색이 짙은 남자"라고 잘못 말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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