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우디인에 성급한 용의자 낙인' 비난 쏟아져

수사당국 무혐의 결론…"인종적 편견 아니냐"

'사우디인에 성급한 용의자 낙인' 비난 쏟아져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대학생이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다가 무혐의로 풀려나자 "수사에 인종적 편견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17일(현지시간) 조사를 받은 대학생이 테러 당시 다른 부상자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행동했음에도 이슬람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행인들의 의심을 받아 부당하게 수사선상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중동 현지 일간지 걸프뉴스에 따르면 이 대학생의 이름은 압둘 라흐만(20)으로 알려졌다.

라흐만은 당시 다른 관중과 마찬가지로 대회를 관람하다 폭발로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 수사당국은 그가 폭발물이 터질 때 수상한 행동을 했다는 목격자 진술만을 믿고 경찰견과 폭발물 처리반을 동원해 그의 아파트를 수색했다. 행인들이 제보한 '수상한 행동'은 그가 종이백을 들고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라흐만과 관련해 5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은 그의 룸메이트는 아파트 수색에 대해 "공권력의 횡포"라고 묘사했다고 보스턴 헤럴드가 보도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친구가 운동을 좋아하는 건전한 청년으로 결코 폭발물을 만들 사람이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요커는 특히 일부 언론이 라흐만에게 성급하게 '용의자'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점도 비판했다.

폭스TV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당국의 발표에 앞서 "그가 완전히 결백하다면 수사 당국이 집을 수색했겠느냐", "분명히 그를 붙잡아 둘만 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성 보도를 했다.

특히 폭스뉴스의 시사평론가 에릭 러시는 사건 당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슬람인들은 악마다. 다 죽여야 한다"고 망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수사 당국은 사건 다음날인 16일 라흐만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사우디에 있는 라흐만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결백하다는 당국의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라흐만을 유력한 용의자라고 보도한 언론들을 비난했다.

그는 사우디 언론 사브크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신문과 방송이 라흐만을 테러 사건의 용의자라고 보도해 가족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며 "언론들이 특히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에 대해 보도할 때에는 더욱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국 이슬람연합(CAIR)의 뉴욕 사무국장 무니어 아와드는 "미국인들은 자국 영토에서 테러 행위가 발생하면 일단 무슬림이 자행했다고 가정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이것이 사우디 국적인이 용의자라는 보도를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였던 이유"라고 말했다.

당시 폭발 현장에 있던 일부 행인들은 부상을 입고 현장에서 황급히 벗어나려는 라흐만을 가로막고 넘어뜨리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