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5살 어린이가 귀갓길에 차에 치여 숨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어린이집 앞 도로.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어린이들이 보호받기에는 허술했다.
18일 이 어린이집 주변에는 이곳이 어린이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지만 크기가 작고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 쓰인 '어린이 보호구역', '시속 30㎞ 제한' 표시는 칠한 지 오래된 듯 흰 페인트가 벗겨지고 색이 바랜 상태였다.
어린이집을 둘러싸고 도로의 차도와 인도 사이에는 높이 1m가량의 안전대가 있다. 안전대에도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식이 있지만 너무 작아 운전자들이 못 보고 지나치기 쉽다.
게다가 어린이집 앞을 벗어나면 안전대가 설치돼 있지 않고 인도조차 없어 찻길로 다녀야 한다.
어린이집은 언덕을 낀 삼거리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 현관이 언덕 중턱에 나 있어 아이들은 등·하원 하는 길에 언덕길을 오르내린다.
언덕길에도 안전대가 설치돼 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A군은 이 현관을 나와 바로 언덕길의 차도를 뛰어 내려오다가 삼거리에서 달려오던 승합차에 치여 숨졌다.
이날 어린이집 원장은 직접 현관에 나와 귀가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인도로 내려가도록 일일이 지도했다.
원장은 "어머니가 현관에서 잠시 눈길을 뗀 사이 아이가 달려나가는 데 10초도 안 걸렸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울러 사고 차량이 오던 방향에서 보면 오른편에 풀과 나무가 무성한 야산이 있어 그 바로 뒤편에 있는 어린이집과 언덕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야산에 가려진 언덕길에서 체구가 작은 어린이 뛰어내려 오면 맞은편에서 달리던 차량이 이를 발견하지 못할 여지가 많았다.
이 도로는 동네의 한산한 1차선 도로처럼 보였지만 마을버스가 다니는 등 제법 차량 통행이 잦았다.
과속방지턱도 별 소용이 없어 보였다.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속도 제한에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를 내 달리는 차들이 여럿 보였다.
어린이집 앞을 지나던 인근 주민은 "평소에도 차가 쌩쌩 달리는 일이 많아 아이들이 위험하다고 느꼈다"라며 "어린이 보호구역이지만 어린이들에게 그다지 안전한 도로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어린이 보호 못 하는 '어린이 보호구역'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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