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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주도 '고사리 장마' 실종 우려

[취재파일] 제주도 '고사리 장마' 실종 우려
개인적으로 3월말의 제주도는 특별한 기억으로 다가옵니다. 습기가 많아 축축한데다 비도 자주 내렸던 기억으로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생에서 멋진 추억을 쌓아야 할 신혼여행 기간에 비만 흠뻑 맞았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할 밖에요.

87년 3월 말의 제주도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3박 4일의 신혼여행 기간 도중 비가 오지 않은 날은 반나절 정도에 머물러 발을 동동 구르곤 했는데요. 특히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짙은 안개가 끼면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잘 알지 못하는 소름끼치는 봄추위를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3월 말에서 4월에는 제주도에 여름철 장마에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흐린 날이 많고 비도 자주 내립니다. 이 비는 제주도 고사리가 자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전국 최고로 치는 제주도 고사리와 상관이 있다고 해서 제주도 사람들은 이 때 내리는 비를 ‘고사리장마’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비가 내리지 않아 '고사리장마'가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제주도 고사리는 연하고 맛이 뛰어나 봄에는 제주도로 고사리 관광에 나서는 분들이 많은데 올해는 제대로 된 고사리 구경하기가 쉽지 않으니 걱정이 클 밖에요. 실제로 올해의 강수량은 평년값(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평균값)은 물론 지난해보다도 훨씬 적습니다.

3월 제주도의 강수량은 제주시가 55.2mm, 서귀포시는 59.4mm로 평년의 50% 안팎에 불과합니다. 제주시의 평년값은 88.6mm고 서귀포시는 131.2mm나 되는데 올해는 각각 62%, 45% 수준에 머문 것이죠.

특히 지난해와 비교하면 30%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올 강수량의 3배가 넘는 비가 이어져 제주시는 171.9mm, 서귀포시는 201.5mm의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4월에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잇습니다. 15일까지 강수량은 제주시의 경우 81.3mm를 기록해 평년값 89.6mm에 다가서고 있지만 서귀포시의 경우는 28.8mm에 머물러 개선의 여지가 적은 상태입니다. 평년값 174.9mm와 비교하면 150mm가량이 적어 물 부족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는 추세입니다.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3월부터 4월 15일까지 46일 중에 31일이나 건조특보가 발효됐는데요. 기온도 낮아 4월의 평균기온이 평년값보다 1도 이상 낮게 기록되고 있습니다. 건조한 날씨에 추위까지 겹치면서 농작물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올 봄 제주도에 비가 잘 내리지 않는 이유는 북서태평양에 강하게 버티고 있는 고기압에 가로 막혀 공기흐름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상충에서 강한 한기가 한반도로 밀려와 계속 머무는 바람에 매년 이맘때 중부와 남부에 영향을 주던 고기압이 제주도까지 밀리면서 비구름이 발달할 기회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4월 들어 중부지방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강풍이 이어진 것과 같은 이유죠. 그러면 앞으로는 어떨까요?

일단 이번 주말 마침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 비소식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정체하던 상층 기압골이 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날씨의 흐름도 정상 패턴을 점차 되찾고 있는데요. 이번 주말에 발달한 저기압이 남부와 제주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정확한 예보는 어렵지만 비의 양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강수량이 특히 부족한 서귀포 등 남부 제주에 많은 비가 내렸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비는 충청이남지방에 이어질 가능성이 커 서울 등 중북부지방은 주말에 흐리거나 구름만 많이 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기온은 낮아서 오후에도 쌀쌀할 가능성이 큰 만큼 토요일 나들이에 나설 분들은 낮은 기온에 대비를 하셔야 겠습니다.

하지만 일요일에는 날씨가 다시 맑아지고 기온도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돼 봄의 한가운데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일요일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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