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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례식까지 다 치렀는데…뒤바뀐 생사

<앵커>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연락을 받고 장례까지 다 치른 사람이 살아있고, 무사히 살아남아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딸이 내 자식이 아니라면 심정이 어떨까요. 운명의 장난같은 일이 경찰의 실수로 빚어졌습니다.

채희선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승용차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질주합니다.

잠시 후 방음벽을 들이받더니, 검은 연기 사이로 산산조각난 차의 형체가 드러납니다.

30대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차 안에는 얼굴을 심하게 다친 10대 여성 두 명이 더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18살 김 모 양은 사망, 13살 안 모 양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청천병력 같은 딸의 사망 소식에 김 양의 어머니는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다 지난달 말 장례를 치렀습니다.

그로부터 20여 일 뒤, 중환자실에 있던 안 양이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 갔던 김 양 어머니는 까무러칠 뻔했습니다.

죽었다던 딸이 병상에서 누워 있었던 것입니다.

[김 양 어머니 : 나는 내 딸이라고 장례 치르고, 사망 신고까지 냈어. 내 생살 같은 내 자식이 (살아) 누워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지, 나는. 안 양 부모도 마찬가지지. 자기 자식이라고 믿고 치료하고 얼마나 정성을 쏟았겠느냐고….]

확인 결과 실제 사망자는 김 양이 아닌 안 양이었습니다.

얼굴의 붕대를 풀고 나서 자기 딸이 아닌 걸 알았던 안 양의 부모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습니다.

경찰은 지문 기록이 없던 10대들이라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고양 경찰서 관계자 : 미성년자는 지문을 찍어도 신원 확인이 안 됩니다.]

[일요일날 양쪽 부모들이 만나서 보고 이제 확인을 했고, (엄마를) 보니까 애가 알아보더라는 거예요. 이제.]

경찰은 뒤늦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양측 부모와 김 양의 DNA 검사를 의뢰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순식간에 자식의 운명이 뒤바뀐 양쪽 부모 모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 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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