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을 사칭해 '수능 답안을 빼내주겠다'며 수험생과 학부모를 속이고 고액 과외비를 챙긴 입시학원 원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달콤한(?) 학원장의 거짓말에 속아 부모들은 1인당 수천만원씩 과외비를 날렸고 수험생 자녀는 학원장만 믿고 공부를 게을리해 대부분 수능시험을 망쳐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현직 교사가 빼낸 수능 모의고사 문제와 답안을 넘겨받아 수험생에게 답안을 전달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로 안양 모 입시학원 원장 조모(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07년 오피스텔에서 불법 과외를 해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조씨는 2011년 6월 다른 사람 이름으로 안양에 학원을 차렸다.
조씨는 '내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이다.
나만 믿고 따라오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며 수험생 부모에게 접근했다.
자신의 말을 믿게 하려고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고교 현직 교사에게 12차례에 걸쳐 넘겨받은 모의고사 답안을 시험을 보는 학생 17명에게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로 전달, 수험생과 학부모를 안심시켰다.
조씨가 알려준 모의고사 답안이 사실인 것을 확인한 학부모들은 조씨가 소개해준 강사에게 고액 과외를 시켰다.
조씨는 국어, 영어, 수학 과외비로 과목당 30만∼100만원, 2∼3과목 과외비로 50만∼230만원씩 챙겼다.
매달 200만원에 달하는 고액 과외를 받은 A(18)군 등은 정작 수업시간에 게임을 하는 등 공부를 게을리했다.
학교 내신성적은 곤두박질 쳤지만, 학원장이 알려준 답안 덕에 모의고사 성적은 1∼3등급으로 상위권을 유지했고 수능시험도 잘 치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씨는 수능시험을 앞두고 답안을 빼냈다며 수험생들에게 엉터리 정답을 알려줬다.
애초 2∼4등급 성적을 유지하던 학생들은 결국 수능시험에서 과목별로 5등급 이하를 받는 등 시험을 망쳤다.
7명은 대학 진학에 성공했지만 대부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10명은 진학조차 하지 못했다.
조씨는 수능 시험을 망쳐 항의하는 수험생 부모에게 유명 대학 추가모집을 통해 대학에 입학시켜주겠다고 속여 2명의 부모에게 각각 1천만원과 720만원을 더 챙기기도 했다.
B(18)군 등 2명은 모 대학 추가 모집에 합격한 줄 알고 상당기간 학교에 다니며 강의를 듣기까지 했다.
이들은 '추가 합격자는 학교가 외부에 알리길 꺼려 수업시간에 출석을 부르지 않는다.
걱정하지 마라'는 학원장 말을 믿고 3개월가량 학교에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가짜 학생'이라는 것을 B군이 알게되자 '모의고사 부정을 저지른 공범'이라며 B군을 협박해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게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측은 "수능 모의고사는 수능에 대비해 수험생의 학력을 진단하고 수능 난이도를 조정해 대학진로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시험"이라며 "수능 모의고사를 이용한 범죄행위는 수험생과 부모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수능답 빼줄게' 학원장에 속아 낭패 본 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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