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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규칙 모르고도 당당한 '골프 황제'

'타이거 룰' 특혜 시비로 얼룩진 오거스타

[취재파일] 규칙 모르고도 당당한 '골프 황제'
'꿈의 무대'로 불리는 제77회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연장전 명승부 끝에 호주 아담 스콧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호주인 최초의 그린재킷 주인공 탄생, 마스터스 사상 첫 롱퍼터 사용 챔피언, 중국의 14살 소년 관톈량의 최연소 컷 통과 기록 등 숱한 화제 속에서도 이번 대회 최고의 뉴스 메이커는 단연 타이거 우즈였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오소 플레이' 장면에 대해 주말 골퍼들 사이에서 "벌타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 "원래 샷한 지점보다 직후방으로 드롭했는데 왜 규칙 위반이냐?"하는 질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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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서 우즈의 규칙 위반 상황부터 정확히 짚어볼까요?

이미 전세계 언론에 시끌벅적하게 보도된 대로 우즈는 이번 대회 2라운드 15번홀(파5)에서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우즈의 세번째 샷이 깃대를 맞고 그린 왼쪽으로 흘러 워터해저드에 빠지자 우즈는 잠시 화를 삭이고 세번째 샷을 한 지점에서 2야드 뒤에 공을 드롭하고 다섯번째 샷을 날려 핀 옆에 붙인 뒤 보기 퍼팅을 성공시켰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대회 경기위원회가 15번 홀의 드롭 장소가 잘못됐다며 '오소플레이'로 우즈에게 2벌타를 부과했습니다.

골프 규칙 26조 1항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26조 1항에 따르면,

(a) 워터해저드에 공이 빠진 경우 빠지기 전에 친 자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공을 놓고 다시 치거나

(b) 공의 입수 경계 지점과 홀을 일직선으로 연결해 입수 경계지점의 직후방에 드롭해 다음 샷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타이거 우즈의 15번 홀 경우는 공이 깃대에 맞고 90도 왼쪽으로 꺾여 물에 빠졌기 때문에 공의 입수 경계 지점과 홀을 일직선으로 연결하면 그 직후방은 우즈가 서 있던 페어웨이 쪽이 아니라 드롭이 불가능한 워터해저드여서 드롭할 자리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우즈는 직후방 드롭 옵션(b)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원래 샷을 날린 지점과 가장 가까운 곳에 공을 다시 놓고 치는 옵션(a)만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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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즈는 핀까지 거리를 맞추기 위해 원래 샷한 지점보다 뒤에 드롭을 했고 실제로 경기 후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2야드 뒤에 드롭을 했다"고 태연하게 밝혔습니다.

우즈는 이 때까지도 자신이 규칙을 혼동한 사실을 몰랐던 겁니다.

명백한 '오소 플레이'였음에도 우즈는 스코어 카드에 버젓이 벌타 없이 '보기'를 적어내 스코어 오기까지 범했습니다.

하루 뒤 경기위원회가 '오소 플레이'를 확인하고 2벌타를 부과했는데..이건 더 큰 문제가 됐습니다.

'실격'처리 사안인 '스코어카드 오기'에 대해서 벌타만 부과한 것은 우즈에 대한 특혜라며 언론과 선수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은 것이지요.

우즈 자신의 변명은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우즈는 3라운드가 끝낸 뒤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기권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2년 전이었다면 실격이 맞다. 그런데 지난해 규칙이 바뀌었다. 지금 상황은 해링턴 룰에 따른 것이다”라고 당당히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해링턴 룰'은 뭘까요?

3차례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아일랜드의 파드리그 해링턴 때문에 만들어진 룰입니다.

해링턴은 2011년 1월 유럽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서 볼 마커를 집어 들다 볼을 살짝 건드리는 실수를 했습니다. 본인은 자신이 볼을 건드린 사실을 모든 채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는데 경기위원회가TV 시청자의 제보를 받아 하루 뒤 스코어카드 오기로 해링턴을 실격시켰습니다.

이를 계기로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지난해부터 골프규칙 33조 7항에  ‘경기자가 규칙을 위반한 결과로 일어난 사실을 합리적으로 알 수 없었거나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을 경기위원회가 납득한 경우 실격을 면제할 수 있다’는 문구를 집어넣은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우즈의 말대로 마스터스 대회 조직위원회가해링턴 룰을 적용해 자신의 실격을 면제해줬다고 하더라도.. 골프 규칙을 혼동하고 '스코어카드 오기'까지 저지른 선수가 "실격을 면한 것은 정당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태도가 좋아보이나요?

우즈는 '해링턴 룰'을 언급하기에 앞서 "플레이어와 캐디는 경기 규칙을 정확하게 알아야할 책임이 있다"는 골프 규칙 6조 1항부터 기억했어야 했습니다.

대회 주최측이 실격을 면해 줬더라도 우즈는 부끄러운 줄 알고 스스로를 실격시켰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우즈가 어디 보통 선수입니까?

세계랭킹 1위에 마스터스 4회 우승에 빛나는 대스타이기에 다른 골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행동 하나하나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지요..

우즈가 규칙 위반에 대해 특혜를 받은 건 비단 이번 대회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과거 사례를 들여다 볼까요?

-1999년 피닉스오픈 4라운드 때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중계화면이 아직도 SBS에 보관돼 있습니다.

13번 홀에서 우즈의 티샷이 큰 바위 앞에 떨어졌습니다. 그린 쪽으로 샷을 하려면 바위에 딱 막혀 레이업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우즈는 경기위원을 불러 이 바위가 옆으로 옮겨도 되는 루스 임페디먼트(loose impediment)인지 물었고 경기위원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골프 규칙에  '루스 임페디먼트'는  '자연물로서 고정돼 있지 않고 생장하지 않으며 땅에 단단히 박혀있지 않고 볼에 달라붙어 있지 않은 것'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작은  돌이나 나뭇잎, 나무의 잔가지,동물의 똥, 벌레나 벌레가 파놓은 퇴적물 등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우즈 앞을 가로막은 것은 쉽게 치울 수 있는 '돌'이 아니라 1톤에 가까운 큰 바위였습니다. 이것이 '루스 임페디먼트'라면 주말 골퍼들도 웃을 일입니다.

우즈는 정말 '루스 임페디먼트'의 개념을 몰랐던 걸까요? 결국 우즈는 갤러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큰 바위를 옆으로 옮기고 샷을 시도해 버디를 기록했습니다.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습니다.

-2007년 브리티시오픈 1라운드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우즈의 10번 홀 티샷이 TV 중계 케이블선 옆에 떨어졌고 경기위원은 중계 케이블선이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이라고 판정해 우즈에게 무벌타 드롭을 허용했습니다. 우즈는 덕분에  파로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보통 중계 케이블은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로 간주해 전선을 치우고 공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당시 우즈의 공이 깊은 러프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우즈로서는 이 드롭 판정으로 덕을 본 것이지요..

우즈는 당시에도 "내가 경기위원을 부른 것도 아니고 드롭을 요청한 것도 아니다"라고 경기 위원 뒤에 숨어 군색한 변명을 했습니다.

-2006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9번 홀에서는 더 황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즈가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 카트 도로에 맞고 클럽하우스 지붕 쪽으로 크게 튀었습니다.

5분 동안 주변을 뒤졌지만 결국 공은 찾지 못했습니다. 분실구는 2벌타입니다. 그런데 당시 경기 위원은 "누군가 공을 가져갔을 것"이라며 분실구가 아니라고 판정해 무벌타 드롭을 허용했습니다. 당시 우즈는 "무벌타 드롭 판정이 아니었다면 더블보기 이상이 나왔을 것"이라며 "거기서 보기로 막은 것이 다행"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반복되자 우즈는 점점 특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골프 규칙을 잘 몰라도 부끄러운 줄 모릅니다.

팬들과 언론이 우즈에게 '골프황제'라는 닉네임을 붙여준 것은 그의 골프 게임 능력과 카리스마를 높이 샀기 때문입니다. 골프 규칙을 모르는 선수에게 붙여준 수식어가 아닙니다.

우즈가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스스로 먹칠하는 행동을 팬들은 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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