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북한은 왜 도발 위협을 계속할까?

[취재파일] 북한은 왜 도발 위협을 계속할까?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 이후 주춤하던 북한의 도발 위협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북한은 예전과 달리 한 달 넘게 '벌초', '불바다' 같은 용어를 써가며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극대화해오고 있다. 북한이 발표했던 성명과 담화들을 정리해보면 그 위협의 정도를 잘 알 수 있다.

===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 (3월5일)
"조선정전협정을 완전히 백지화해버릴 것입니다. "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 (3월7일)
"미국이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려고 하는 이상 우리 혁명무력은 나라의 최고리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침략자들의 본거지들에 대한 핵선제타격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 (3월8일)
"북남 사이에 불가침에 관한 모든 합의를 전면폐기한다."

▶조선중앙통신 (3월11일)
"불장난질을 해대고 있는 적들을 자신께서 명령만 내리면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넣으라고 말씀하시였다."

▶인민무력부 대변인 담화 (3월13일)
"남은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정의의 행동, 무자비한 보복행동 뿐이다."

▶인민군  최고사령부 성명(3월26일)
"모든 야전포병군집단들을 1호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키게 된다."

===

북한의 이런 위협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그동안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말의 성찬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군 당국자도 "북한이 심리전을 펴고 있다"고 평가했다. 솔직히 말해 그냥 무시해버린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을 이어주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에 제재를 가하고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까지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자 우리 정부의 태도도 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개성공단 문제 등 현안이 많은데 북한과 만나서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어서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대방의 의중을 알아야 하니 당연히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 北 "대화 제의는 교활한 술책"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14일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개성공업지구를 위기에 몰아넣은 저들의 범죄적 죄행을 꼬리자르기 하고 내외여론을 오도하며 대결적 정체를 가리우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고 일축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북침핵전쟁 연습과 동족대결 모략책동에 매달려온 자들이 사죄나 책임에 대한 말한마디 없이 대화를 운운한 것은 너무도 철면피한 행위"라며 "대화 제의라는 것을 들여다보아도 아무 내용이 없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북남대화는 장난이나 놀음이 아니며 말싸움판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 대화는 무의미하며 안 하기보다도 못하다"며 "남조선 당국이 진정으로 대화 의지가 있다면 말장난을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결자세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화제의를 일축해버린 것이다.

이미지


◈ 북한이 진짜로 원하는 건?

그렇다면 북한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북한이)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어봐야 한다고 했을 만큼 북한이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란 어렵다.

하지만 북한이 발표한 성명을 살펴보면 대략 짐작은 해볼 수 있다.

유엔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를 결의하자 북한은 지난 1월 23일 외무성 명의로 성명을 발표한다. 북한 도발 위협의 시작이었다.

===
▶북한 외무성 성명 (1월23일)

우리는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것이 명백해진 조건에서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조선반도비핵화도 불가능하다는 최종결론을 내리였다.

미국의 가증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으로 말미암아 자주권존중과 평등의 원칙에 기초한 6자회담 9.19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비핵화는 종말을 고하였다.

앞으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론의하는 대화는 없을것이다.

우리는 날로 로골화되는 미국의 제재압박책동에 대처하여 핵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인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확대강화하는 임의의 물리적대응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다.

===

성명 내용은 대부분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의 제제에 반발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위에 옮긴 부분은 짧지만 암시하는 바가 작지 않았다. 핵심은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앞으로 비핵화 논의 대화는 없다', '다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대화는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쉽게 풀어보면 '앞으로 비핵화 논의는 없다'='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대화는 할 수 있다'='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 등과 평화협정, 즉 종전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 北, 대화제의 거부한 이유

북한은 연이은 고강도 위협으로 한국과 미국 양측으로부터 대화제의를 이끌어냈다. 겉보기에는 무시로 일관하던 한미 양국이 북한의 위협에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따져보면 북한이 얻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북한의 핵심 공략 대상이었던 미국은 케리 국무장관을 통해 북한에 대화를 적극 제의했지만 분명한 조건을 달았다. 비핵화의 방향으로 나가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못박은 것이다. 핵 보유국 지위 인정을 기정사실화하려던 북한 의도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셈이다.

북한은 대화 제의를 받은 이후 침묵을 지키다 지난 14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고민의 흔적은 여러 곳에서 묻어났다. 대화 제의를 바로 일축하지 않은 점, 대화의 여지를 완전히 닫지는 않은 점, 특히 미국을 향해서는 아무런 비난도 하지 않은 점 등이 그랬다.

북한으로서는 사실상 아무 소득이 없는 대화 제의를 수용하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 북한 어디로?

북한은 16일 최고사령부 명의로 남한 정부에 보내는 '최후통첩장'을 발표했다. 북한은 "괴뢰 당국자들이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원한다면 지금까지 감행한 모든 반공화국 적대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전면중지하겠다는 실천적 의지를 온 겨레 앞에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보수단체 회원들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5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의 사진을 붙인 모형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인 데 대한 항의로 읽혔다. 이대로 위협의 행렬이 다시 이어질지 대화 물꼬가 열릴지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오는 17일 개성공단 기업인 임원진이 개성공단을 방문하겠다고 신청한 만큼 북한이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향후 북한의 태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