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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오락 가락' 대북 메시지…'대화와 협상'이 유일한 해법

[월드리포트] '오락 가락' 대북 메시지…'대화와 협상'이 유일한 해법
정부의 대북메시지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불과 몇시간 만에 정부의 입장이 손바닥 뒤집히듯 180도 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지속돼오다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로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형성됐으나, 그 직후 다시 긴장 완화는 커녕 '대화 제의'의 진의마저 의심을 받는 상황이 돼버렸다.

청와대는 어젯밤(14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우리 정부의 지난 11일 대화 제의에 대해 "교활한 술책이며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대화는 남한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밝힌데 대해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조평통의 반응을 '대화 제의 거부'라고 못박았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직접 브리핑을 했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밤중에 진행된 청와대의 이런 입장 발표는 이날 오후 조평통의 성명이 나온 뒤 통일부와 청와대가 보였던 애초의 태도와는 큰 차이가 있다. 통일부는 "북한의 반응을 대화 제의 거부라고 보지 않는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도 "의도와 배경을 분석중"이라며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몇시간만에 '대화 제의 거부', '참으로 유감'이란 표명이 나온 것이다.

무엇이 그리 급하고, 또 입장을 바꾸게된 계기는 무엇인지 그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이런 일은 정부가 지난 11일 북한에 대화 제의를 할때에도 똑같이 일어났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북한에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 위한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해 놓고도 처음에는 공식 '대화 제의'가 아니다라고 부정했다가 이날 저녁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외교.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나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히자 돌연 '대화 제의'가 맞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그 다음날인 12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화를 하자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또다시 혼선이 불거졌다. '대화 제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대화 제의다, 아니다' 논란을 일으키더니
조평통의 반응을 두고도  '대화 거부다, 아니다'  계속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의 '갈지자' 행보가 반복되는 이유는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미리 대북 문제에 대해 원칙을 공유하거나 조율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저 '대통령의 뜻'만 쫓아다니기에 급급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강조해온 외교.안보의 '원 보이스' 즉 한 목소리는 그저 대통령 한 사람의 목소리일 뿐이고, 그마저 요동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래서는 20년 넘게 풀리지 않고 있는 북핵 난제는커녕 최근의 한반도 긴장 상황을 완화시키기도 어렵다.

박근혜 정부는 대북 정책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해왔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남북간의 대치 상황에서도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은 별개로 지속한다." 또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 정상회담도 조건 없이 할 수 있다" 등 '대화'를 강조해왔다.

이런 점에 비춰 이번 '대화 제의'가 정부의 설명대로 즉흥적인게 아닌 심사숙고 끝에 내린 제의고 우리 정부의 '대화 의지'가 굳건하다면  북한이 우리 정부의 성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곧바로 '대화 거부'로 해석하며 유감을 표명하기 보다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무엇보다 조급해하지 말고 다시 한번 북한에 우리 정부의 진의를 전달하고 북한의 호응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강(强) 대 강(强)'의 대치 속에 우리 정부는 주도적으로 먼저 '대화'를 제의함으로써 긴장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바꿀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먼저 한 발 물러섰지만, 물러선 게 굴복이 아니라 곧 이기는 것이다. 대치 국면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북한보다는 우리가 훨씬 많은 피해를 입게되고 그만큼 해결책은 더욱 멀어지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북한이 근로자 5만여 명의 임금 8천500만 달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중단시키지 못할거란 예상이 나왔지만 북한은 보란 듯이 잠정 중단시켰다. 북한에게 적은 돈이 아니지만 북한은 중국에 인력을 송출해 연간 3억 달러를 이미 벌어들이고 있다. 돈벌이 즉 경제적인 목적 때문에 닫지 못할거라 생각한다면 오판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북한의 중요한 외화벌이 창구로 여겨온 금강산 관광도 이렇게 4년 넘게 중단 상태가 지속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반면에 개성공단이 멈춰서면 우리는 6조원 이상 손해를 본다. 단순히 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민족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외국인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투자를 보장하지 않는 북한에 누가 투자하겠냐"고 하지만 역으로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유지되던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 한반도의 안보 불안감은 증폭될수 밖에 없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위협 정도는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다는 듯  '차분'과 '냉정'을 유지하던 국내 주식 시장과 외환 시장이 개성공단 중단 조치가 나오자 출렁인 이유다.

'대화와 협상'으로 북핵 문제가 풀리겠냐며 무용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20여년동안 그나마 북한의 핵을 통제하는 '합의'를 만들어낸건 '압력과 제재'가 아닌 '대화와 협상'이었다.  문제는 합의가 잘 지켜지지 않은 건데 이는 북한 혼자만이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북한이 어긴 횟수가 월등히 많긴 하지만 말이다.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해놓고 뒤로는 몰래 핵 능력을 키웠다고 비판하지만 비핵화 합의 당시 북한과 약속한 체제 안전 보장, 북-미 수교 협상 등 평화협정 체결 , 경제적 지원 등도 역시 제공되지 않거나 시작조차 안된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처럼 북-미간 뿌리 깊은 상호 불신, 북한의 과도한 피해망상증에 따른 도발적 언사와 행동, 여기에 한국과 미국, 일본이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뀔때마다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점도 합의가 잘 이행되지 못한 원인이다.

따라서 해결책은 북한과 제대로 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좋은 '합의'를 만들어내고 한-미-일 등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합의'를 존중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는 것이다. 당연히 쉽지 않고 험난한 길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겠다고 하지 않는 한 지금으로선 더 나은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렵게 제기한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가 초반부터 휘청거릴 조짐이다. 대화의 불씨를 되살리려면 우리 정부가 한번 더 양보한다는 마음자세로 좀 더 구체적이고 알멩이 있는 대화 제의를 통해 대화 분위기를 진전시키고, 북한 역시 도발적인 언사를 자제하고 미사일을 쏘지 않는 등 상호간의 노력이 절실하다.

꽃이 만발하는 계절의 여왕 5월이 코 앞이다. 올들어 유난히 길게 지속되고 지독하던 베이징의 스모그가 가시면서 제법 맑은 하늘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오랜 냉각기를 거쳐 최고조로 치달은 지금의 위기 국면을 남북한이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제는 한반도에도 훈풍이 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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