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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쫓겨난 독재자의 되살아난 미소…이집트 '발칵'

최악의 혼란이 빚어낸 무바라크의 자신감

[월드리포트] 쫓겨난 독재자의 되살아난 미소…이집트 '발칵'
지난 토요일, 이 곳 카이로에선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독재자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2차 재판이 열렸습니다. 시민 혁명 이후 경제난에 지칠 대로 지친데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의 초점에서 멀어져 간 탓인지, 재판 과정에서 벌어진 찬반 세력간의 격렬한 충돌도 예전같지 않았고 지켜보는 시민들의 표정도 무덤덤했습니다.

독재자 무바라크, 지지자에 미소..손까지 흔들며 자신감

하지만 영어의 몸이 된 채 병상에 의지한 힘빠진 늙은이 정도로 인식됐던 무바라크는, 이집트 국민들이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힘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한 때는 심장기능이 정지돼 긴급 후송될 정도로 위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 날 법정에 등장한 무바라크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선글라스에 가린 눈빛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지지자들을 향해 여유있게 손을 흔들고 미소까지 날리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시민혁명 직후 무바라크 정권에 대한 과거청산 요구가 빗발칠 때도 이제 와서 병약한 무바라크를 처형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동정여론도 상당했고, 이런 여론의 분열은 그가 사형 대신 종신형을 선고받는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무바라크의 미소에 이집트 언론과 여론이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언론들은 분석기사와 사설, 칼럼을 총동원해 무바라크의 미소와 손짓을 ‘도발 행위’로 규정지었고, 분노한 시민들의 인터뷰를 연달아 싣고 있습니다.

이집트 언론 "무바라크의 미소는 도발행위" VS "내가 뭐라고 했어!"

이 와중에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무바라크의 ‘그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미소”라는 제목으로 무바라크의 도발을 현실에 빗대 분석한 한 이집트 신문의 칼럼이었습니다. 이 칼럼은 혁명 이후 날개꺾인 새처럼 풀이 죽었던 무바라크가 이런 도발적 행동에 나선 데는 최악의 혼돈이 반복되고 있는 이집트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혁명 당시 빗발치는 퇴진 요구를 거부하며 끝까지 저항하던 무바라크는 “내가 물러나면 이집트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를 날렸고, 이슬람 정권 출범 이후 종파갈등, 경제붕괴, 치안부재 등 총체적 혼돈에 휩싸인 채 군부 복귀 요구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는 이집트의 현재가 무바라크의 경고 내지 예언을 현실화한 셈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무바라크의 자신만만한 미소가 당장 부패한 과거세력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쫓겨난 독재자가 법정에서 미소를 날릴 수 있었던 것은 언젠가는 자신의 방식과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증명될 거라는, 역사의 또 다른 반전에 대한 불순한 기대가 현재의 혼란과 무능에 뿌리내린 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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