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답답했을까 오전 내내 생각해 보니, 아 그렇구나 하는 점이 떠올랐다. 바로 보도자료에 사용된 표현들이다. 보도자료에 적힌 표현들을 몇가지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예산안 의결절차를 무시한 권위주의적 발언", "..부실심사 강요", "..국회를 통법부로 생각하는 권위주의적 발상", "..국회의 예산심의 권한을 심각하게 훼손".. 주로 많이 등장하는 용어가 권위주의, 부실, 심각, 불가피, 훼손 등이다. 3선 중진의원이 낸 보도자료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표현이 거칠다. 잘못된 정부정책은 질타하고, 바로잡아 나가야 하는 것은 야당의 당연한 역할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도자료에 사용된 그 '심각한' 단어들이 나올 만큼 국회는 무슨 노력을 하고 있었을까?
최의원이 보도자료에 적은 대로, 국회 예결위와 각 상임위가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만 최소 일주일 이상 걸리고, 각 상임위별로 심사를 마치고, 예결위가 열리기까지 최소한 열흘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더구나 25~26일, 29~30일은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만큼, 각 상임위의 심사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평균 38.2일이나 걸린 추경처리를 12일만에 요구하는 것은 분명 정부의 억지같은 요구일 수 있다. 그런데 최의원은 이렇게 시각을 다투는 중요한 보도자료를 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열리는 오늘 아침 기자들에게 배포했을까?
또 하나 되묻고 싶은 것은 12일이라는 날짜가 그렇게 짧으면, 세간에 추경과 관련된 내용들이 난무할 때, 국회 기획재정위원으로서 관심이 있었다면 진행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음직 하고,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정부와의 협의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피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했을 것이고, 다만 공무원들 열심히 일하라고 모르는 척 낸 보도자료일 수 있다.
문제는 현실인식인 것 같다. 국내 경기가 8개월째 1% 미만 성장에 허덕이고 있고, 올해 경제성장률도 3%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조원동 수석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2.3%밖에 안될 것이라고 우는 소리를 낸 것도 어찌보면 국회통과를 의식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이 조원동 수석의 오버성 발언을 '애교'로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은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지난 2009년 9월 추경은 국회에 제출된 지 일주일도 안돼 통과된 적이 있다. 결론은 의지와 인식의 문제이지 시간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최의원의 오늘 거친 보도자료는 그런 의미에서 권위만을 내세우는 국회의 한 단면이어서 씁쓸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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