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공사장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해서 전신마비가 된 청년이 있습니다. 자신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처지인데, 오히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시를 발표했습니다.
박원경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5초에 한 번씩, 폐로 공기를 불어넣는 이 기계.
몸과 호흡 근육이 마비돼 혼자선 숨도 쉴 수 없는 35살 홍성모 씨의 생명줄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씩 끊어질 듯한 숨을 붙잡고 병원을 찾지만 돌아오는 건 절망뿐입니다.
[김미옥/제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 호흡 근육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신경이 근육을 자극해서 호흡을 해야하는데 신경이 더이상 자극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10년 전, 등록금을 벌겠다며 공사장에 나간 게 화근이었습니다.
자재를 옮기다 지붕에서 떨어지면서 척추가 손상됐습니다.
[신숙희/홍성모 씨 어머니 : 사람 구실 못 한다고, 평생을 침대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하니까…. 그냥 떨어져서 편안히 갔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는 현실에 죽음까지 생각했습니다.
[홍성모 : 죽는 것도 혼자 죽을 수가 없더라고요. 인공호흡기를 제 손으로 뗄 수가 없으니까.]
특수 센서가 달린 안경을 끼고, 유일하게 마비되지 않은 고개를 움직여 자판 하나 하나를 쳐 나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시.
"무거운 삶의 무게가 짓누른다면 파란 하늘 되어 그대의 등 위에 짊어진 짐을 다 덜어 줄 순 없어도 말벗이라도 되어 같이 그 길을 동행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절망을 견디며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바로 희망입니다.
포기조차 사치이며 희망의 끈을 잡고 있으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청년은 강조합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정상보, 영상편집 : 김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