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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얼어죽었네"…꽃샘 추위에 전국 과수농가 '한숨'

"다 얼어죽었네"…꽃샘 추위에 전국 과수농가 '한숨'
"무슨 날씨가 이 모양인지. 포도 순이 다 말라 죽었어요"

충북 청원군 문의면에서 20년째 포도농사를 짓는 이재융씨의 얼굴에 깊은 시름이 배었다.

말라 비틀어진 포도 순이 살아날까 애처롭게 어루만지던 이씨는 "올해처럼 냉해가 심한 것은 처음이야. 농사 다 망쳤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아침마다 서리가 내릴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진 추위가 계속되면서 예상치 못한 봄철 냉해를 본 전국의 과수농가들이 울상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과수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일손을 바삐 놀려야 할 시기지만 냉·온탕을 반복하는 날씨 탓에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게 맥이 풀렸다.

지난해 흑성병(검은별무늬병)이 창궐했던 울산시 울주군의 배 밭을 올해 봄철에는 냉해가 훑고 지나갔다.

지난 8일과 12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 3도를 밑도는 추위가 닥치면서 적잖은 피해를 봤다.

삼남면 신화리 한 농가를 눈처럼 하얗게 뒤덮었던 배꽃 대부분이 괴사했다.

열매를 맺을 것으로 보이는 꽃은 5%도 채 안 된다.

냉해를 본 지역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울산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울주군 청량면 문주리와 상정리, 웅촌면 일대 배 재배 농가 태반이 비슷한 피해를 봤다.

수은주가 0도 밑으로 30분 이상 떨어지면 배꽃의 꽃술이 괴사한다.

수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확은 꿈도 꾸지 못한다.

산남면에서 배 농사를 짓는 김정도씨는 "올봄에 들어간 수백만원의 인건비도 못 건지게 생겼다"며 말도 걸지 말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지난 8일 수은주가 영하 2.1도까지 내려갔던 경남 진주시 문산읍 일대에서도 배꽃이 어는 등 냉해가 났다.

이곳에서는 800여 농가가 620㏊에서 배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충북 청원군 문의면 일대의 포도 시설재배 농가도 시름이 깊기는 마찬가지다.

106개 농가 중 10곳이 이미 냉해를 입었다.

이달이면 포도줄기에서 새순이 돋아나야 하지만 지난 9일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고 11일 눈까지 내리면서 새순이 얼어 흑갈색으로 변했다.

이곳에서 1천900㎡의 포도밭을 운영하는 최영섭씨는 "포도 나무 전체가 냉해를 입었다"며 "이걸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포도나무는 한번 냉해를 입으면 3년간 계속해서 과실이 제대로 맺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농민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복숭아 산지로 유명한 충북 충주시에서는 지난 겨울 영하 20도를 넘나든 '동장군' 탓에 복숭아 꽃눈이 대부분 얼어 죽었다.

늦게라도 꽃이 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최근 갑작스런 한파까지 닥치면서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충주시 살미면에서 복숭아 농사를 하는 윤병우씨는 "올해 농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꽃샘추위를 원망하며 "과수를 냉해가 덜 타는 비탈진 언덕으로 옮겨 심어 봐야겠다"며 일손을 바삐 놀렸다.

과수의 개화 시기가 다소 늦은 경북이나 강원 지역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복숭아나 사과, 배나무가 과일을 맺을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터라 이렇다 할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겨울 닥쳤던 한파로 뒤늦게 냉해가 나타날 수도 있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의 하웅용 과수담당 지도사는 "저온·서리 피해가 생기면 과일이 일찍 떨어지거나 갈변이 생겨 안정적인 수확이 어렵다"며 "찬 공기가 정체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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