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민주당 대선 평가…친노 그룹의 항변 ②

[취재파일] 민주당 대선 평가…친노 그룹의 항변 ②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의 대선 평가보고서 기자회견이 끝난 그제 오후, 기자들은 민주당내 친노 주류 의원들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친노 주류들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대선 평가에 대해 입장을 물었습니다.

친노 주류 진영 의원들은 감정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보고서라면서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실명을 거론하며 책임자 순위를 매기고, 문재인 후보 때문에 졌다는 분석에 불편한 심기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 이목희, 노영민, 홍영표 이른바 친노 성향의 의원들이 긴급 기자회견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지난 대선 때 전략본부장을 맡았던 이목희 의원이 자리에 앉자마자 작심한 듯 반박 논리를 쏟아냈습니다.

“제대로 분석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보고서인지 대단히 회의적입니다. 정치적 편향속에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평가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이목희 의원의 마른 얼굴에는 결기가 느껴졌습니다. 평소 기자들과 얘기할 때면 동네 아저씨처럼 수수하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힘이 들어간 목소리에 불편한 심기가 여실히 배어있었습니다.

“문재인 후보 지지한 사람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갖고 있는 보고서라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런 것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평가서입니다. 또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고 가공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주요 사실들을 공개하는 백서를 만들어서 공개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가 잘못한 것처럼 평가한 보고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한 말이었습니다.

이목희 의원이 말이 끝나자 이번에는 옆에 앉아 있던 노영민 의원이 말을 시작했습니다.

“납득이 안됩니다. 사실보다 추측에 근거하고 합리보다는 편견에 근거해 있습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팩트가 나온 것을 전해줬는데도 추측하고.......”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이었던 노영민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잘못했다고 평가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해 나갔습니다.

이미지
“안철수 교수가 문재인 후보와의 회동에서 민주당 입당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안철수 후보가 그날 회동에서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문 후보도 듣지 못했습니다. 팩트입니다. 진술도 가지고 있고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서 이런 말이 나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런 말이 전달됐는지 알고 있습니다. 팩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노영민 의원의 말은 이목희 의원의 말보다 더 길어졌습니다. 말은 더 빨라졌고 그 말에는 ‘그가 느끼고 있는 답답함’이 실려 있었습니다.

“1대1 회동 전에 3대3 회동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합의된 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3대3 회동에서 합의된 것을 뒤엎는 요구를 했습니다. 합의를 파기한다고 한다면 당연히 그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안철수 후보의 입장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비합리적이고 일방적인 그 요구를 받아드린다면 문재인 후보의 결단의 모습을 띄어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했습니다.”

노영민 의원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대선 때의 일화들이 상세히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문재인 후보 의원직 사퇴에 관해 입을 열었습니다.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심각하게 논의했습니다. 12월 6일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후보를 포함해 11명이 모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후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한 표라도 도움이 된다면 사퇴하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도대체 그것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총선 때 유일한 선거운동 쟁점이 그 부분이었습니다. 6개월 후에 다시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 만약 의원직을 사퇴한다면 제가 했던 공약을 파기하는 것입니다. 부산 시민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했습니다. 그리고 여론조사를 해봐라 한 표라도 도움이 된다면 사퇴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략기획실에서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민주당이나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반대했고 의원직 사퇴가 몰고 올 파장을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는 의원직 사퇴가 압도적으로 나왔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 출신답게 후보와 관련된 부분을 얘기할 때는 최대한 사실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하는 마지막 말을 할 때는 결연함과 숙연함마저 느껴졌습니다.
이미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문재인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문재인 의원 사퇴론이 제기되고 그리고 반박론이 나왔습니다. 탁구공을 쳤더니 반대쪽에서 그 공을 다시 받아 치는 모양새입니다. 만약 받아치지 않았다면 탁구공은 그냥 저쪽 탁구대 너머로 떨어지고 말았겠죠.

친노 진영은 조만간 주요 사실을 공개할 수 있는 데까지 공개하는 대선 백서를 만들어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마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을 당시 대선 캠프 입장에서 본 상세한 정보가 나올 겁니다. 그 백서도 분명히 대선 패배의 원인을 내 놓겠죠. 민주당 대선 패배 책임의 ‘내 탓, 네 탓’ 공방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지, 아니면 찻잔을 넘어 당내 권력 투쟁으로 커 질 지 두고 볼 일입니다.

<끝>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