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앞두고 6천 명 넘는 학교 비정규직이 무더기 해고를 당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갔는데, 더 열악한 고용 조건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늘 재차 학교 비정규직을 개별 학교가 아닌 시도교육감이 직접 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학교만 사정이 다른 이유는 뭘까요?
매년 새 학기면 계약기간이 끝난 학교 비정규직이 해고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고용이 불안한 학교 비정규직은 당장 생계를 위해 다시 학교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2년 차 비정규직 급식 조리원 이주니 씨 역시 지난달 처음 해고를 당했는데요. 노숙 농성까지 벌인 끝에 복직 통보를 받았지만, 학교 측은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계약서를 내밀었습니다. 계약서엔 잡담이나 말다툼은 금지, 시계나 반지 착용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이런 지시를 3번 넘게 어기면 무조건 해고 통보한다고 정해놨기 때문입니다. 고용 조건이라 보기엔 비상식적 조항에 이 씨는 크게 상심했습니다. 이 씨는 학교 측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부 조사 결과 이 씨처럼 지난달 해고됐던 학교 비정규직은 6천 4백여 명에 달하는데요. 상당수가 단기 계약직으로 복직해 학교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임금체계는 근로기준 일수에 따른 연봉제로, 월 100만 원을 조금 넘는 돈을 받습니다. 근속기간도 임금 산정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 근무를 할수록 비슷한 일을 하는 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심해집니다.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은 70개 직종 15만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교육부가 꾸준히 같은 일을 하는 경우 2년 뒤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하고 있는데도, 고용 불안은 심해졌다고 말합니다. 교육부 지시가 일선에선 강제력이 없는 겁니다.
일선 학교는 교육청이 내려 보낸 표준 계약서에 필요한 조항을 추가해 계약서를 씁니다. 근로 조건은 교육감이 정해놓고, 계약 기간과 해고 사유는 교장 마음대로 정합니다. 학교 비정규직 입장에선 근로 조건을 교섭하려고 해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그러다가 계약기간이 끝나면 해고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해고 대란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공립학교 비정규직의 교섭 대상은 교장이 아니라 교육감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교육감이 비정규직의 사용자라는 건데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이와 같은 입장을 재차 내놓고 있습니다. 인권위는 최근 각 시도 교육감들에게 국·공립학교 비정규직원에 대해, 현행 학교장 고용형태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고용형태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학교장은 예산편성권 등 학교 비정규직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없어 교섭 상대로 부적합하다는 게 이유입니다.
하지만, 서울 등 전국 10개 교육청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며 실질적인 대책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이들 교육청은 학교 비정규직은 각기 다른 사업 예산에서 인건비가 나가는데, 사업 내용과 예산 출처가 다른 만큼 일괄적으로 교섭을 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합니다. 노동계는 물론 법조계도 학교 비정규직 근로계약서 문제는 학교장이 아니라 교육감이 구체적 조건을 정해서 교섭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 기본권과 학교 행정을 고려한 당국의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일은 국가 즉, 주무 부처인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파일] 법원도 인권위도 "학교 비정규직 사용자는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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