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팀은 이달 초 회원 돈 19억 원을 받아 놓고도 고객 몰래 폐업을 해 버리고 사장이 잠적한 곳이 있다고 해서 취재했습니다. 회원 천7백 명이 가입한 곳입니다. 이곳 직원은 경영이 방만했다고 솔직히 털어놨습니다. 상조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에 속합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미리 돈부터 받는 겁니다. 한창 회원이 늘 때는 매달 3천5백에서 4천만 원씩 돈이 들어왔다고 하는데요. 이걸 회원들에게 빚진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수익이라고 생각해 펑펑 쓰고 방만하게 경영을 한 게 잘못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고객들이 제대로 보상받기가 어려운 게 문제입니다. 이 상조업체가 지난 3년간 걷은 회비는 19억 5천만 원에 달했는데요. 하지만, 은행에 예치금으로 맡겨 놓은 돈은 8천6백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업체가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아 회원 대부분은 아직 폐업 사실조차 모르는 처지입니다. 회원들은 결국 장례 서비스도 못 받고 낸 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만약 업체가 도산을 했더라고 행사는 계속해 준다고 해도 안심할 처지는 아닙니다. 최근 1년간 이렇게 폐업하는 상조업체가 수십 곳에 달하는 걸로 추정됩니다. 2년 전 9천여 명이 가입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상조업체가 도산하면서, 회원 명단이 다른 상조업체로 넘어갔는데요. 회원들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명백한 불법 양도입니다만, 명단을 넘겨받은 업체 측은 장례 행사만 해주면 문제 있는 건 아니라면서, 고객도 피해 보는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한 고객들이 처음 가입하면서 납부한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하면 곧바로 거절합니다. 특히, 일부 업체는 계약금과 월 회비를 모두 낸 회원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상조업체들의 폐업 사태는 예견돼 왔습니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의 특성상 경영진이 무능하거나, 부도덕하면 언제든 다단계식 사업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매달 회원이 늘어날 때는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으로 먼저 가입한 회원의 장례를 치러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상조업계 전반의 부실로 인식이 나빠졌고, 사기나 횡령 사건도 심심찮게 터지면서 신규 회원이 줄자, 부실업체가 속속 도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해 7월 기준 공정위 통계를 보면, 전국 307개 상조 업체가 고객 351만 명으로부터 받아놓은 돈은 2조 4천억 원에 달합니다. 그 이후 도산한 업체가 얼마인지는 공식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뒤늦게 상조 업체의 도미노식 도산과 불법 회원 양도에 따른 피해 실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공정위 담당 부서 측은 피해자들이 장례 행사까지 치르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대책을 마련해 곧 내놓겠다고 말했습니다.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기대합니다.
부실 업체에 가입한 건 아닌지 고민하고 계신 분은 일단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회사의 예치금 실태를 확인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http://www.ftc.go.kr/ 접속 → 정보마당 → 사업자정보 →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 접속. 검색 창에 상조업체 이름 검색 → 보전비율 확인. (현재 법정 보전비율은 40%)
- 소비자원 피해 상담 전화 1372
- 금융소비자연맹 상조피해구제본부 1688-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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