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 두차례 니시노미야시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열리는 전국 대회(일명 '고시엔' 대회)는 '꿈의 무대'로 불립니다. '여름 고시엔'의 경우 본선에 오르려면 무려 100대1에 달하는 경쟁을 뚫어야하기 때문에 야구선수로 고시엔 구장을 밟는 것 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고시엔 구장의 흙을 담아 고향으로 가져가는 전통까지 있습니다.
약혼자 남기협씨와 함께 빈 생수병 2개에 챔피언 연못의 물을 담았습니다. 마치 일본 고시엔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야구장의 흙을 신발 주머니에 정성껏 담듯이 말이죠.
생수병에 담은 물은 부모님을 위한 선물이었습니다. 박인비 선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3라운드가 끝난뒤 급히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계획이었는데, 딸의 만류로 국내에서 TV로 우승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대신 박인비는 우승할 경우 챔피언 연못 물을 담아 부모님께 선물하기로 했고,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특히 이 날은 부모님의 결혼 25주년 기념일이라 더 뜻깊었습니다.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값지고 특별한 선물이 됐습니다.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자가 연못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는 지난 1988년 미국의 에이미 앨코트가 우승한 뒤 연못에 몸을 던진 이후 전통이 됐습니다. 앨코트는 이 대회에서 세차례 (1983년, 1988년, 1991년)나 우승했습니다. 연못의 이름인 '포피스 폰드(Poppie’s pond)'는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대회 진행 총책임자였던 테리 윌콕스의 공로를 기려 그의 손주 이름(포피)를 붙여 지난 2006년부터 그렇게 불리게 됐습니다.
연못 세리머니를 하고나면 온 몸이 흠뻑 젖기 때문에 우승자는 시상식 때 흰색 가운을 입습니다.
남자 선수들에게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우승자의 상징 '그린 재킷'을 입어보는게 평생의 꿈이라면 여자 선수들은 아마 이 흰색 가운을 언젠가 한번 꼭 입어보고 싶어할겁니다.
2004년 박지은과 지난해 유선영, 올해 박인비에 이어 내년에도 우리 선수가 챔피언 연못에 뛰어드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