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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靑 "임명 불가피"에 여당서도 "이러시면 안됩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 임명을 둘러싼 논란

[취재파일] 靑 "임명 불가피"에 여당서도 "이러시면 안됩니다."
요즘 여당 의원들을 만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한숨부터 내쉽니다. “모래속의 진주라고 하더니 그냥 모래던데..”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그런 사람을 장관이라고 뽑아오다니..” “아니 해명 기회를 줬는데도 말을 못하면 어떡합니까? 사람 말을 못알아 듣는 사람이 장관이 되면 그 부가 잘되겠어요?” 모두가 한 마디씩 쏟아냅니다. 불만도 보통 불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윤 내정자를 그냥 장관으로 임명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얘기합니다. “인사 청문회에 익숙하지 못해서 말을 잘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윤 내정자는 나름 해양수산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보기 드문 여성 인사다. 장관이 되고 나면 일을 잘 할 거다. 그리고 대선 이후 해양수산부 관련 업무가 정지된 게 벌써 넉달째다. 일단 해양수산부를 정상화하는 게 더 급하다. 혹시 윤 내정자가 장관 자격이 없다면 임명 후에 판단해도 된다.”

윤 내정자가 뭔가 부족해 보이지만 지금은 해양수산부의 공백 상태를 막는 게 우선이라는 논리로 해석이 됩니다.  이런 청와대의 생각에 윤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담당했던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여당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의견 수렴에 나섰더니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여당 의원들 역시 “다시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를 찾아 청문회를 하고 임명하게 되면 한 달이 더 걸린다. 이 점을 감안하면 빨리 임명하는 게 낫다.”고 했다고 김재원 여당 간사는 말하더군요. 다른 의원들은 “미흡한 면이 있지만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성 장관이라는 점, 그리고 신설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어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윤 내정자의 장관 임명에 찬성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당 내부, 그 것도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정우택 최고위원이 어제 (8일) 공개적으로 윤 내정자와 청와대의 현명한 판단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여당이 일사불란하게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입니다.

“국무위원에게 요구되는 것은 업무능력, 조직을 장악하고 관장할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한데 윤 내정자에게서는 이런 자질을 발견하지 못했다. 주요 현안은 물론 기초적인 업무사항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윤 내정자에게 300만 해양수산인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관을 왜 하려고 하는지, 장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내정자와 청와대의 현명한 판단을 요구한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적이 있습니다. 윤 내정자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전직 해양수산부 장차관들의 우려를 대변했다고 어제 발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청와대 방침은 아랑곳 하지 않고 “빨리 새로운 후보자를 찾아서 임명하라.”“고 한 걸음 더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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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문제도 아니고 업무 능력과 자질 시비로 청문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내정자를 장관으로 임명한다면 그 것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인사, 고집 인사를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아직 윤 내정자가 공식 임명된 것은 아닙니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기 때문에 대통령이 한 번 더 청문 보고서 채택을 국회에 요청하고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청문 보고서가 국회에 제출된 지 20일이 지나서 대통령은 윤 내정자를 임명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점이 오는 15일쯤입니다.

윤 내정자는 자신을 둘러싸고 자질논란이 거세지자 언론과의 접촉은 피한 채 지난 일요일(7일) 보도자료를 내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들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알고 있는 내용도 충실히 답변 못했다. 기회를 주신다면 유능한 해양수산 공무원들과 해당 분야 민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겠다.”고 말이죠.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폐지했을 때 해수부의 존립 필요성을 강조한 국회에서의 발표 자료도 보냈습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는 기업의 부장급 직원 채용 과정을 생각해 봤습니다. 무수한 경쟁자를 이겨내고 최종 면접에 올라갔습니다. 그 것도 복수가 아니라 단수로 올라갔죠.
그런데 면접 심사에서 긴장한 나머지 알고 있던 내용도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고 말았습니다. 질문을 잘 못 알아들어 반문한 것은 물론 상당부분은 크크크 하는 웃음으로 넘겼습니다. 상당수 면접 심사위원들이 화가 났습니다. 저런 사람을 어떻게 뽑냐고 말이죠. 누가 저런 사람을 추천했느냐, 데리고 왔느냐 화난 목소리까지 들립니다. 그런데 회사 최고 경영자는 일단 부서를 새로 만들었는데 또 다른 부장을 찾아서 데리고  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그냥 뽑자고 합니다. 눈치 빠른 면접 위원들은 “그럼 그렇게 하시죠.”하고 꼬리를 내립니다. 물론 불만까지 삭이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면접 위원들은 “절대로 그러면 안된다. 빨리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와라.”고 큰 소리칩니다.  이 일이 회사에 널리 알려지자 고위 임원 중 한 명도 “내가 예전에 그 부서에서 일해봤는데, 그런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면 부서뿐 아니라 회사까지 위험해진다.”며 결사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최고경영자의 결정뿐입니다. 그대로 뽑겠다는 그 분의 생각에 변화가 있다는 징후는 없습니다. 비서실 사람들이 나서서 그렇게 얘기하고 있거든요.

회사에서는 그 사람을 부장으로 뽑고서 일을 시켜본 뒤 마음에 안 들면 그만 두게 하면 됩니다. 회사 돈으로 뽑은 거니까 잘못 선택했다면 회삿돈이 일부 낭비되는 셈이죠. 그런데 국가 공무원, 그 것도 부처의 장관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인사청문회라는 제도가 야당의 발목잡기에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업무 능력과 자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내정자를 일단 장관 시켜보고 일 잘 못하면 그 때 가서 경질하면 된다는 논리는 인사청문회 취지는 물론 정권을 맡겨준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닌 듯 합니다. 물론 윤 내정자가 충분한 자질이 있는 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잘했던 수능 수험생이나 훌륭한 스펙을 갖춘 취업 준비생들은 그럴 경우 다시 1년을 기다리거나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합니다. 그래서 청와대의 최종 선택에 따라 정국이 다시 긴장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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