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 정보를 다른 의사에게 전파했다가 기소된 의사에게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피고인의 범행 동기와 정황을 고려해 선고유예로 선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양석용 판사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인병원 원장 A씨에게 벌금 20만원의 형을 선고유예했다고 9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되지만 죄가 가벼워 형의 선고를 미루는 것으로, 특정한 사정이 없으면 피고인을 형사처벌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A씨는 작년 다른 질병 치료를 위해 찾아온 환자 B씨에 대해 수술에 앞서 혈액검사를 실시했는데, 검사 결과 B씨의 HIV 수치가 높게 나왔다.
정확한 HIV 검사를 위해 수술을 미루던 A씨는 당초 B씨에 대한 진료의뢰서를 발부했던 다른 병원 의사에게 "B씨의 HIV 수치가 높게 나왔다. 다른 곳에서 수술을 받겠다며 돌아갔는데 당신 병원에 찾아갈 수 있으니 참고하라"고 알려줬다.
현행법상 HIV 감염인의 진단·진료·간호 등에 참여한 자는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감염인에 대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면 안 된다.
A씨는 법정에서 "당시 B씨가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고, 수술 과정에서의 HIV 전파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정당 행위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양 판사는 "HIV에 대한 이해 부족과 그릇된 태도 탓에 여전히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며 "의료인에 대한 전파 가능성 차단과 피해자가 감염인인 사실이 알려질 경우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고립 등의 피해 사이에 법익 균형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양 판사는 이어 "A씨가 미필적으로나마 B씨가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이고, 그런 상황에서의 누설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건전한 사회윤리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연합뉴스)
법원, 에이즈 의심환자 정보누설 의사에 유죄 판결
"미필적으로 감염인 인식" 벌금형 선고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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