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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솔직히, 정말 한국 맥주가 맛있다고요?

독과점 맥주 업체들에게 묻는 질문

[취재파일] 솔직히, 정말 한국 맥주가 맛있다고요?
어제(8일) 아침, 50곳 가까운 언론매체에 동시에 이런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오비맥주에서 만드는 ‘블루걸’이란 맥주가 홍콩 맥주 시장에서 6년째 1등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에선 맛이 없다는 국산 맥주지만 해외에서 이렇게 인기가 좋다며, 이유는 한국 맥주 회사의 기술력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는 친절한 분석이 덧붙여졌습니다. 국산 맥주가 외국 시장에서 1등을 하고 있다니 좋은 소식인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블루걸’이란 맥주, 우리도 먹고 있는 그 국산 맥주가 맞을까요? 아닙니다. 국내 맥주와 다른 효모를 쓰고, 맛도 완전히 다른 맥줍니다. 정작 이 맥주를 수입하는 홍콩 회사 대표는 “정통 독일식 맥주 맛을 잘 구현해서 인기가 좋다”고 말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한국 맥주 맛이 아니라서 1등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사를 쓴 언론사는 한 군데도 없더군요.

한 달 전에 수입 맥주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지난 해 국산 맥주는 거의 판매량이 늘지 않았던 반면, 수입맥주는 이마트에서 44%, 롯데마트에선 25%나 판매가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잠깐 외도를 했던 걸까요? 아닙니다, 올해 들어서도 수입맥주는 꾸준히 인깁니다. 3월 이마트의 수입맥주 판매량은 지난 해에 비해서 또 26%나 늘었습니다. “국산 맥주가 맛이 없어서 수입맥주가 인기다”는 말에 국산 맥주회사들은 오해다, 편견이다 변명하지만, 소비자들이 국산 맥주를 외면하는 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다양한 수입 맥주 맛에 넘어가고 있는 겁니다.

OB와 하이트진로, 두 회사가 시장을 양분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젭니다. 두 회사는 도매상과 소매점까지 영업력으로 꽉 장악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삼겹살 구우면서 맥주를 마시려고 하면 보통 이 두 회사 제품 외엔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러니 맥주 맛이 발전이 없을 수밖에요. 한국 사람들이 폭탄주를 좋아해서 맥주 맛이 발전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마실 거라곤 국산 맥주밖에 없는데, 밍밍하고 맛이 하도 없으니 소주를 타 먹는 건 아닐까요?

작은 맥주업체들이 나와서 다양한 맥주를 만들고 유통할 수 있어야 할텐데, 대기업에 유리한 세금체계 등 아직도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이 규제들을 풀어서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기업들도 “우리 맥주 만드는 능력 좋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과시만 하지 말고, 그 실력 발휘해서 진짜 맛있는 국산 맥주 만드는 걸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출용 맥주를 따로 만들어서 홍콩 시장에서 1등을 한 들 뭐하겠습니까. 맛있게 만들 줄 모르는 거라면 차라리 괜찮은데, 만들 줄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이란 걸 알게 돼서 더 답답합니다. 맛있는 국산 맥주, 좀 마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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