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QPR의 행운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이젠 남은 시간 지키기만 하면 됐는데 레드냅 감독은 끝내 박지성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후반 43분 지친 레미를 빼고 꺼내 든 마지막 교체 카드는 뜻밖에 공격수 제이미 마키였습니다. 수비를 강화해야 할 시간에도 레드냅의 머릿속엔 박지성이 없었던 겁니다. 아니나다를까 인저리타임이 1분남기고 얻은 위건의 마지막 프리킥이 말 그대로 버저비터(buzzer beater) 골로 이어집니다. 결국 1-1 무승부. 다잡은듯했던 승점 3점은 날아가 버렸고 이제 QPR의 다음 시즌 프리미어 리그 잔류는 앞으로 남은 6경기를 다 이겨야만 가능해 현실적으로 무망해보입니다.
팀의 EPL잔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QPR구단주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최근 향후팀운영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죠. “이번 시즌이 끝나는대로 주급이 높은 여러 선수들을 내보내고 우리와 오래 함께할 선수 위주로 재편성하겠다”며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영국의 미러지는 “박지성이 첫 희생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지성 이외에도 시즌 초 인터밀란에서 이적한 브라질 국가대표 골키퍼 훌리우 세자르와 2미터에 육박하는 거한 수비수 크리스토퍼 삼바, 로익 레미 등 몸값 비싼 선수들도 이적대상으로 나왔습니다. 외신에서는 박지성이 미국의 MLS(major league soccer)나 중동 또는 중국리그 등으로 이적할 거라는 추측성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고 언제까지나 과거의 영광에 갇혀 지낼순 없지 않겠습니까? 이제 냉정하게 장래를 생각해야할 때입니다. 어쨌건간에 박지성 선수는 이번 시즌에 별로 보여준게 없고 몸놀림도 서른셋이란 나이탓인지 예전만 못 하다는게 축구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QPR에서 내보내려 해도 다른 프리미어 리그나 유럽 명문클럽에서 박지성을 모셔갈(?) 팀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주급 5천 8백만 원은 명문 클럽에서도 감당하기 쉽지않은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주급 삭감을 감수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겠죠.
박지성 선수는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 고민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한국과 아시아의 대표선수로서 자존심을 지켜주었으면 하는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한국에 경기가 중계되지도 않을 중동이나 중국 또는 미국 리그로 가는 것을 반대하고 싶습니다. 돈 버는 것말고는 별다른 명분도 없지 않습니까? 아시아가 낳은 최고의 수퍼스타가 유럽의 B급 리그 또는 변방국가의 리그를 전전하다 선수생활을 마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않습니다. 차라리 국내리그로 돌아오면 어떨까요?
국내프로리그 진흥에도 도움이 되고 몇 년뒤 박수를 받으며 명예롭게 은퇴할 수있지 않겠습니까? 그뒤에 축구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 좋겠습니다. 겨우(?) 국가대표팀 감독정도로 그쳐선 안되겠죠. 국제축구연맹(FIFA)회장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같은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습니다. 잘 생각해보시면 제 기대가 그리 황당하지만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선수라면 그의 거취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로지 박지성 선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