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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묻힐 곳이 없어 함부로 죽지도 못한다"

1제곱미터 묘지값이 2억원!!!

[취재파일] "묻힐 곳이 없어 함부로 죽지도 못한다"
"묻힐 곳이 없어 함부로 죽지도 못한다"

중국 노인들 사이에 요즘 이런 자조 섞인 말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묘지값이 너무 비싸서 혹시 죽어서까지 자식들한테 부담을 주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묻어나는 푸념입니다.

사실 중국내 묘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사회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도 십수년째 같은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주 청명절을 맞아 베이징 근교의 한 공원 묘지를 찾았습니다.

묘지를 구입하고 싶다고 묘지측에 연락해보니 친절(?)하게 오는 교통편까지 안내해줬습니다. 베이징 시내에서 묘지까지 묘지 판매 및 관리 업소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운영되고 있다는 겁니다. 매주 두차례 오전 출근 시간대인 8시쯤 출발인데, 청명절을 앞두고는 성묘객과 묘지 구매자들이 많아 매일 운행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버스 타는 곳에 가보니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버스가 4대나 됐는데 모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석으로 출발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1시간쯤 지나자 베이징 북서쪽 교외의 한 공원묘지에 도착했습니다. 묘지 판매업자는 미리 대기하고 있었는지 버스에 내리자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묘지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오르니 설명이 시작됐습니다. 판매업자말로는 이 곳 공원 묘지는 산과 주변 형세가 용의 형상을 닮았다고 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풍수적으로 묫자리로는 아주 좋은 곳이라고 자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묘지값은 꽤나 비쌌습니다.

중국의 묘는 법적으로 1제곱미터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묘지 1기당 가격이 우리 돈으로 최소 1200만원 가량부터 시작했습니다. 베이징 시내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의 제곱미터당 가격이 360만원 가량이니 단위면적으로만 보면 묘지 값이 아파트 값보다 3배 가량 비싼셈입니다. 산 사람 집보다 죽은 사람 집이 훨씬 비싼겁니다.

월급을 모아 사는 경우를 가정하면 중국 근로자 평균 임금이 월 80만원 정도 이니 1년치 정도의 봉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모아야 하는 엄청난 돈이었습니다. 여기에 소위 풍수가 좋다는 명당 자리는 부르는게 값일 정도로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판매업자말로는 용이 하늘을 날때 목 부위를 가장 먼저 움직인다고 합니다. 목을 일으킨 뒤 얼굴과 몸통 전체를 일으켜 하늘을 나는 만큼 목 부위가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위치인데 이게 풍수적으로도 같은 의미라고 했습니다. 목 부위에 묫자리를 쓰면 자식들이 가장 먼저 일어서고 크게 융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풍수지리에 밝지도 않고 딱히 믿지도 않아서인지, 직접 목 부위 묫자리에 가서 둘러봤지만 제 눈에는 별다른 점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가격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최소 100만 위안 !!!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억 8천만원입니다. 묘 한기에 1억 8천만원이라니... 비쌀줄은 예상했지만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한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상가 건물의 제곱미터당 땅값이 7천만원이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국내 최고가보다 2.5배나 비싼 겁니다. 베이징 등 중국의 북부 지방보다는 상하이나 광저우 같은 중국 남부에 사는 사람들이 묫자리에 훨씬 관심도 많고 돈도 많이 쓴다고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남부 푸젠성 샤먼시의 한 공원묘지에 있는 묘의 경우 가격이 무려 8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14억원이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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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은 가격이 너무 높을때 天價(티엔지아)라고 합니다. 가격이 하늘만큼 높다는 뜻인데 정말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묘지값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뭘까요?

중국은 인구가 13억 5천만명으로 매년 천만명 가량이 숨집니다. 이 때문에 7백만에서 8백만기의 묘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매년 엄청난 토지가 묘지로 공급돼야하는데  실제로는 공급이 거의 안되고 있기 때문에,
즉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의 묘지 값이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개인 소유의 토지가 없고 모든 토지는 국가 소유입니다. 개인이나 집단은 국가로부터 토지를 임대해 사용할 뿐입니다.

중국은 지도상으로 보면 땅은 세계 4위로 넓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즉 쓸모 있는 땅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기름진 동부 연안의 땅을 제외하고는 서쪽의 신장위구르나 티벳 지역은 사막이나 황무지, 고원 지대여서 땅은 넓지만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땅은 아닙니다. 이런 지역이 중국 국토의 1/3을 차지합니다. 어쨌든 13억명이 넘는 인구가 살기에는 땅이 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묘지 공급에 인색하고 또 묘지 크기도 1제곱미터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치솟는 묘지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름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굳이 비싼 묘지를 찾을게 아니라 나름 친환경 장례라며 국민들에게 다양한 신(新) 장례 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바다장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하고 수목장을 적극 권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매장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생각이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 한 매장 외 다른 대안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 근교의 묘지의 경우 앞으로 10년 내  묘지가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싼 묘지 값이 갈수록 더 비싸질 거란 전망이 그래서 나오고 있고 또 그런 예측이 나오면서 너도 나도 앞다퉈 미리 묘지를 사두려고 하기 때문에 묘지 값은 하루가 다르게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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