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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보그지 전 편집장, 패션계 이면 폭로 파문

호주 보그지 전 편집장, 패션계 이면 폭로 파문
"모델들이 잘 먹는다는 말은 다 거짓말. 그들은 배가 고파 휴지 뭉치를 씹어 삼켜요"

극단적으로 마른 몸매에 집착하는 패션업계가 여성들의 섭식장애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호주판 보그 전 편집장의 이 같은 폭로에 세계 패션계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바로 작년까지 세계적 패션잡지 '보그' 호주판을 이끈 크리스티 클레멘츠(50)는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모델들이 그처럼 마른 몸매를 유지하는 방법은 오로지 굶는 것"이라며 "그들은 극심한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화장지를 돌돌 말아 먹기도 한다"라고 주장했다.

'보그 팩터'(The Vogue Factor)라는 제목의 이 회고록은 3일간의 해외촬영 내내 단 한 끼도 먹지 않은 한 유명모델부터 프랑스 파리 패션쇼 장에 서는 그날을 꿈꾸며 일체의 고형 식품을 거부하다 끝내 병원에 실려간 한 러시아 출신 피팅모델(제품 부분 모델)의 사연까지 '사이즈 제로' 모델을 추구하는 업계의 삐뚤어진 현실을 생생히 담고 있다.

의류업계에서 가장 작은 치수의 옷을 통칭하는 이 기준에 부합하는 여성의 허리둘레는 22인치로, 8살 여아의 평균 허리둘레와 맞먹는다.

이처럼 깡마른 몸매가 미의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세계 곳곳에서 젊은 여성들이 거식증으로 숨지는 사고가 속출했고, 부정적 여론에 밀린 일부 패션업계는 이른바 '말라깽이 모델 퇴출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클레먼츠는 일침했다.

그는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거식증에 걸리지 않고는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옷을 샘플로 제작하고, 이런 옷을 입은 채 화보를 촬영하고 무대에 서야 하는 모델들은 오늘도 굶는다"고 폭로했다.

클레멘츠는 경쟁이 치열한 패션계에서 무려 13년 동안 호주 보그지를 진두지휘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부하직원들 사이 안나 윈투어(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악랄한 패션지 편집장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현직 미국 보그지 편집장)의 계보를 잇는 '악마 상사'로 불릴 만큼 기세가 대단했지만 지난해 5월 회사는 그를 해고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회사의 일방적 해고통지에 앙심을 품고 이런 책을 썼다고 의심하지만 패션계의 속사정에 누구보다 훤한 그의 회고록은 남다른 무게를 갖는다고 인디펜던트는 평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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