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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지성의 부진…QPR의 오판

퍼거슨 감독의 강등탈출 해법은

[취재파일] 박지성의 부진…QPR의 오판
박지성 선수가 맨처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시절 영국의 한 축구전문 일간지는 그의 포지션을 '디펜시브 윙어(Defensive Winger)'로 규정했습니다. 상대의 공격 예봉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끈질긴 압박능력과 함께 상대의 빈공간을 찾아 수비진을 휘젓는 엄청난 활동력을 표현한 것입니다.

상대팀의 전력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맨유 축구의 기본 골격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빠른 역습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빠른 역습이 가능하려면 공격과 미드필드의 강한 압박과 수비력이 더 중요합니다. 박지성은 전방지역부터 상대를 압박하는 탁월한 활동량을 갖고 있는 선수였습니다. 3년전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AC밀란의 게임메이커 피를로를 꽁꽁 묶었던 장면이 박지성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박지성 존재 덕분에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약했던 호날두는 자신의 공격력을 한층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호날두-루니-박지성을 삼각편대를 중심으로 짜여진 맨유의 4-3-3 전술의 밸런스는 이렇게 완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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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포지션을 탄생시키는데는 명장 퍼거슨 감독의 혜안도 한 몫 했습니다. 공격 포인트가 딱히 돋보이는 것도 아니고 개인기가 특출난 선수도 아닌데 박지성 선수를 유독 중요한 강팀과의 경기에 중용했는지 영국 언론들도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퍼거슨경은 박지성의 공간창출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로 기록으로 설명할 수 없는 박지성의 존재감을 극찬했습니다. 박지성과 호날두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최적의 전술조합을 완성해 낸 퍼거슨감독은 가끔 독재자 같은 괴팍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선수층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최적의 전술을 찾아내는 데는 최고의 감독임이 분명합니다. 호날두와 박지성이 빠졌지만 맨유는 2012-2013 시즌도 부동의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맨유를 떠나 QPR로 둥지를 옮긴 박지성 선수의 존재감은 예전같지 않습니다. 멀티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박지성 선수가 중앙 미드필드에서 게임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유독 이번 시즌에 경기력이 떨어졌다며 이른바 퇴물로 몰아가기에는 억울한 측면이 많습니다. 중간 이상은 가지만 박지성 선수의 최적의 포지션은 아닙니다. '센트럴 팍'은 궁여지책이거나 변칙전술에 적합한 포지션일 뿐 박지성 선수는 중앙에서는 그저그런 선수에 불과합니다.

QPR의 부진은 전적으로 레드냅 감독의 책임입니다. 박지성의 장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지성은 빠른 역습으로 전환할 때 공간을 만들어 상대의 수비를 교란하는 임무를 EPL내 어느 선수보다도 잘 수행하는 윙어입니다. 수비를 잘한다고 해서 중앙 미드필드로 활동반경을 내리는 건 어리석은 결정입니다. QPR의 경기력이 최대 문제는 공격 기회를 좀처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이라면 수준급 수비수인 '삼바'나 월드클래스 골키퍼 '세자르'의 영입보다 아직은 유망주에 불과하지만 잠재력 있는 기성용 구자철급의 선수를 영입했을 것입니다. QPR의 강등을 막으려면 남은 기간 레드냅 감독은 퍼거슨과 상담을 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모릅니다. '순둥이' 박지성 선수가 아니었다면 라커룸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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