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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년 만에 인정받은 의로운 죽음

<앵커>

재작년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졌던 날 경기 광주 곤지암에서 몽골 출신 자매가 물살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위험에 빠진 이웃 할머니를 구하려다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자매의 의로운 죽음이
2년 만에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장훈경 기자가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기자>

억수같이 폭우가 쏟아진 재작년 7월, 이 다리 아래 배수로에서 몽골 여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두 여성은 "배수관에 장판이 끼어 집 안에 물이 흘러넘치니 좀 도와달라"는 이웃집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장판을 빼내다가 물살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결혼한 어머니를 따라 2007년 한국에 온 18살 오강거 양과 이모 32살 다와 씨입니다.

아버지는 남을 도우려다 숨진 딸과 처제를 보건복지부에 의사자로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도움을 요청했던 할머니가 두 여성이 장판을 빼내지 못하고 그냥 돌아갔다고 거짓말했기 때문입니다.

자기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알려지는 게 두려웠던 겁니다.

[김학태/아버지 : (할머니는) 위험하니까 그냥 돌아가자, 자기 생에도 이렇게 비가 많이 온 건(처음이니까) 돌아가자고 해서 돌아왔다고 (복지부에) 말한 거죠.]

그렇게 의로운 죽음은 외로운 죽음이 될 뻔했지만 1년이 지난 뒤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사건 당일 두 몽골 여성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할머니 집에 있었다고 증언한 겁니다.

[서은원/사고 목격자 : 만날 여기서 왔다갔다해서 이모를 봤기 때문에 이모 신발은 아는데 이모가 그 신발만 신고 다니드라고요. 그런데 할머니 집 앞 마당 자갈밭에 있느냐….]

법원은 지난 금요일 두 몽골 여성을 의사자로 지정해 1명당 2억 원의 보상금을 주라고 판결했습니다.

1년 9개월 만에 밝혀진 진실에 어머니는 딸이 좋아하는 인형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체크미트/어머니 : 정말 이 세상에 더 없는 딸이에요. 엄마한테. 그래도 죽은 거 아니라고 생각해요. 좋은 세상으로 떠나갔다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한국에서 대학에 들어가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던 10대 소녀와,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30대 주부.

두 의로운 여성은 현재 고국인 몽골에 안치돼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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