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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통 나선 청와대…현장에서는?

정반장의 삼청동 브리핑

[취재파일] 소통 나선 청와대…현장에서는?
정치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4월의 둘째날, 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 봄비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들을 하셨는지요?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잠시 낭만적 감상에 빠지셨는지, 비가 오니 귀찮다는 생각을 하셨는지, 아무런 생각없이 출근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경우는 세번째 경우, 아무런 생각없이 출근했습니다.

예전엔 이런 날에 대학시절 낭만어린 캠퍼스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비가 갠 뒤 화창한 봄날씨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퇴근길 술 한잔을 떠올려 보곤 한 것 같은데,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침 업무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나니, 이제서야 문득 '봄비'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 언제부터 감성이 이렇게 메말라졌을까요?

각설하고, 청와대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구요? 정부조직법 협상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로 새 정부 국정운영이 한 달 가까이 파행을 겪은데다, 장.차관급 이상 고위인사들의 잇단  낙마에 따른 '인사 실패' 논란이 쟁점으로 불거지면서 새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되자 청와대가 국회와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입니다.

그 첫 자리는 어제(1일)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를 계기로 마련됐습니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는데, 대책 발표에 앞서 관련 부처가 국회를 찾아가 여야에 발표 내용을 사전에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새누리당에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찾아가 나성린 정책위의장 대행을 만나 협조를 구했고, 민주통합당에는 박기풍 국토교통부 1차관이 찾아가 변재일 정책위의장 등을 만나 발표 내용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국토교통부 장·차관이 여야를 직접 찾아가 발표 내용을 사전 설명한 것은 국회와 소통을 강화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소통 강화 차원에서 앞으로도 정책을 마련하면 관련 정부 부처가 국회를 찾아 여야에 사전에 설명하는 기회를 계속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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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불통' 논란이 끊이지 않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 강화에 나섰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어제 발표된 정부 부동산 대책만 하더라도 제대로 효과를 내기위해서는 국회에서 관련 법들이 통과돼야하고, 그 만큼 국회 차원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앞으로도 정부 부처가 국회를 찾아 사전 설명하는 기회를 계속 가질 계획이라고 한 만큼 말대로라면 국회와 정부간 원활한 소통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청와대가 뒤늦게 소통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소통'의 중요성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40 초반대까지 떨어진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인사실패 논란이 쟁점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중요성과 박 대통령의 진정성이 국회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여기까지입니다. 어제 국토교통부 장.차관들이 국회를 찾아간 것만 가지고 청와대가 소통에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말입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현장에서 느끼기에도 청와대가 정말 소통 강화에 나섰는지는 아직까지 피부로 와닿는 느낌은 아닙니다. 얼마 전에 일부 조간 신문에 대통령의 저녁 시간과 관련해 기사 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취임이후 대부분의 저녁 식사를 혼자서 해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 내용은 일반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대통령의 동정과 관련해 거기까지만 담고 있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청와대측은 신문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대통령이 비공식적으로 저녁 시간에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사 내용이 청와대 입장에서 볼 때는 상당히 불만스럽고 우려스러웠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혼자서 저녁식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외롭다'는 느낌 보다는 '사람들과 소통을 안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측의 해명을 믿어야겠습니다만, 문제는 박 대통령을 저녁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대통령이 강조하는 '보안' 때문일까요?

박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을 볼 때 소통 강화라고 해서 둑이 터지듯 한꺼번에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으면서 소통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주목해서 보셔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르면 다음달 쯤 발표될 '청년특별위원회'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 당시 청와대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다른 위원회는 모두 폐지하고 청년특별위원회와 국민대통합위원회만 설치하기로 발표한 바 있는데요, 바로 그 청년특별위원회를 말합니다. 이 청년특위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현장 국민들의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청년특위 답게 정치적 고려없이 현장 민심을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사이의 '소통' 역시 주목해서 지켜보셔야 할  부분입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야말로 국민과 청와대 사이 최일선에서 소통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의 소통 문제는 후보 시절부터 줄곧 제기돼온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이번에야말로 말끔하게 '불통 논란'을 씻어내고 소통을 통한 국정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그러기위해선 대통령 주변 참모들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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