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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회, ‘변호사 전관예우 ’에 제동

[취재파일] 국회, ‘변호사 전관예우 ’에 제동
국회의원, ‘전관예우 변호사’ 잡기 나서다

정홍원 국무총리, 황교안 법무부 장관, 이 분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분 다 검찰 출신입니다. 그리고 두 분 다 대형 로펌 변호사 출신입니다. 그리고 두 분 다 다시 고위 공직자가 됐습니다. 그리고 또 두 분 다 국회 인사 청문회때 로펌 재직시절 받은 거액의 수임료가 문제가 됐습니다. 이렇게 검찰 고위직을 하다 로펌 변호사로 나갔다가 다시 고위 공직자로,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이를 ‘신 회전문 인사’라고 규정했습니다.

회전문에는 회전축이 있습니다. 그럼 ‘신 회전문 인사’의 회전축에 해당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전관예우입니다. 판사나 검사 출신이 퇴직 후 변호사가 됐을 때 수임 사건에 대해 현직 판검사들이 일종의 예우차원에서 잘 봐주는 관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전관예우가 법조계 인사들만의 용어였지만, 요새는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보통 명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전관예우가 단순히 같은 직종에 있었던 동료 또는 선배였기 때문에 잘 봐준다는 차원 이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고위 선배 판사나 검사나 퇴직 후 대형 로펌에 간 뒤에 그냥 변호사로 끝난다면 모르겠는데, 문제는 이 분들이 언젠가는 다시 장관이나 차관 등등 임명직 고위 공직자로 돌아올 가능성이 살아있다는 겁니다. 그게 무서운 겁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후배들을 무지하게 쪼고 그래서 욕을 바가지로 먹는 선배가 있었습니다. 그 선배가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겨갔습니다. 아마 속이 다 시원하겠죠. 그리고 그 선배가 어느 날 ‘을’의 입장으로 부탁을 해 왔습니다. 옛날에 당한 게 있어서 매몰차게 원칙적으로 거절을 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선배가 다시 회사의 사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자, 어떻겠습니까?

대형 로펌들은 고위 판검사들이 퇴직하면 거액을 주고 로펌으로 모십니다. 물론 사건을 수임하고 변호사로서 일을 하시겠죠. 하지만 실제로 그 분들이 실무 작업을 한다기 보다는 사건을 맡아오거나 또는 사건을 해결하는 ‘전화’를 해 주거나 전직 판검사로서 ‘인맥’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설사 그 분들이 고액의 돈을 받고 별로 하는 일이 실제로 없다손 치더라도 만약 고위 공직자가 된다면 대형 로펌으로서는 일종의 ‘보험’을 들어 둔 것과 같은 거죠. 전직 판검사들은 고액의 돈을 벌어서 좋고, 대형 로펌은 전관예우를 통해 고액 사건을 수임해서 좋고, 또 고위 공직자가 되면 고위직 인맥을 형성하게 돼서 더욱 좋고 서로가 나쁠 게 없는 거죠.

전관예우, 이제 단순히 옛 선배에 대한 예우 차원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로펌이 법과 원칙에 의해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로비스트로서 전락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바로 잡아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관예우, 회전문 인사의 회전축을 끊기 위해 박영선 의원이 손을 댄 것은 변호사법 개정입니다.

지난달 황교안 법무부 장관 인사 청문회때 전관예우가 의심스런 분들에 대해 고액의 수임료 내역을 국회에 제출하라고 했지만 변호사법 조항 때문에 ‘제출하고 싶어도 제출할 수 없다’면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전관 변호사의 로펌 시절 수임료 내역 제출을 막고 있는 법은 ‘법조윤리협의회는 업무 중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한 변호사법 89조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 일단 모든 변호사는 변호사협회에 수임사건과 수임료 등을 신고합니다. 특히 판검사 출신, 이른바 전관예우로 의심받을 수 있는 분들을 2년 동안 특별 관리를 하는데, 그곳이 바로 ‘법조윤리협의회’라는 곳입니다. 기구의 설립 목적 자체가 전관예우의 문제, 즉 윤리 문제를 관리 감독하자는 겁니다. 전관 변호사들은 2년 동안 법조윤리협의회에 수임 내역을 신고합니다. 즉 전관 변호사의 수임 자료를 갖고 있다는 거죠.

황교안 법무장관 청문회때 국회는 로펌 시절의 수임 내역을 요구했습니다. 그 자료는 법조윤리협의회가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린대로 법조윤리협의회는 변호사법 89조를 근거로 ‘알려줄 수 없다, 공개할 수 없다. 비밀을 누설할 수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황교안 법무장관도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기억을 더듬어서 로펌 재직 17개월 동안 수임한 사건 종류와 건수, 그리고 수임료 총액(약 16억 원)만 제공했습니다.

결국 자료는 받지 못했고, 황교안 내정자는 법무장관이 됐습니다. 하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은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내역 자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변호사법을 고쳐야겠다는 문제의식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민주당 박영선 의원, 이춘석 의원,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 등이
변호사법을 개정하는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이 법안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앞으로 국회가 요구하면 ‘법조윤리협의회’는 전관 변호사의 수임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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