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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깊게 파고들었다"…'그 겨울'이 보여준 송혜교의 진가

"고요하고 깊게 파고들었다"…'그 겨울'이 보여준 송혜교의 진가
송혜교가 스타덤에 오른 것은 2003년 방영된 드라마 '올인'을 통해서였다. 그때 나이 22살이었다. 분명 또래의 어떤 배우들보다 빨리 주목받았고, 크게 성공했다. '올인'(2003) 이후에도 '풀하우스'(2004)까지 승승장구하며 톱스타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거북이 행보를 보였다. 송혜교가 거절한 수많은 작품은 다른 여배우를 톱스타 자리에 올려놓았다. 10년 이상 호흡을 맞추며 오늘날의 그녀를 이끈 박현정 이사는 "왜 빨리 국내 작품을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계속 로맨틱 코미디를 찍으며 상큼한 이미지만 소비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기다렸다.

'풀하우스' 이후 차기작을 고르는데 무려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 작품은 송혜교의 대표작이 된 '그들이 사는 세상'이었다. 노희경 작가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이 드라마는 방송 내내 한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지금도 시청자들이 두고두고 곱씹는 명작이 됐다. 시청률과 메시지 그리고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행복에서 고뇌하는 방송가 젊은이들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사는 20~30대 청춘의 삶을 보듬었다. 이 작품에서 '주준영'으로 분했던 송혜교는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사세' 이후에도 차기작 선택에 장고의 시간을 쏟았다. 2010년 영화 '카멜리아'의 '러브 포 세일' 편에 출연했지만, 옴니버스 영화라 분량이 짧았다. 이는 흥행보다는 장준환 감독과 작품을 하는 데 의의를 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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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송혜교는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를 만들었던 이정향 감독의 '오늘'에 출연했다. 용서와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에서 송혜교는 섬세한 감성 연기로 호평받았다. 이 작품의 열연에 힘입어 여성영화인이 수여하는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송혜교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당시 송혜교는 중국에서 왕가위 감독의 컴백작 '일대종사' 촬영도 병행했다. 엽문의 일대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송혜교는 엽문의 첫사랑 역할을 제안받았다. 특별출연 정도의 작은 분량이었지만,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 알려졌다시피 왕가위 감독은 영화를 길게 찍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송혜교는 자신의 일정을 조율하면서 약 3년간 촬영에 임했다. 지난해 '일대종사'의 중국에서 개봉 당시 송혜교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분량은 짧지만, 존재감은 돋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송혜교는 압도적인 미모를 갖춘 배우지만, 연기력에는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인형 같은 비현실적 외모 때문인지 캐릭터보다는 배우가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들이 사는 세상'을 기점으로 송혜교는 미모를 넘어서는 연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정점은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다. 이 작품에서 송혜교는 앞이 보이지 않는 대기업 상속녀 '오영' 역할을 맡았다. 엄마를 잃고 시력까지 잃은 오영은 식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인물. 시각 장애인이라는 쉽지 않은 연기인데다 정서적 결핍까지 연기해야 하는 이중고가 있는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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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서 송혜교는 세밀한 몸짓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캐릭터가 직면한 비극을 표현해내고 있다. 극단적 클로즈업으로 인물의 심리를 표현한 김규태 감독의 연출에 맞춰 송혜교는 눈빛, 입술, 손짓 등 작은 움직임으로 오영의 심리를 보여준다. 그동안 TV 드라마를 통해 묘사된 시각장애인의 모습이 평면적인 해석에 의존한 것이었다면, 송혜교가 연기한 오영은 입체감이 돋보였다.

송혜교는 TV 드라마 특히 멜로물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온 배우였다. 그동안의 드라마 시청률과 배우의 인기 곡선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경우 '풀하우스'나 '올인'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 드라마들 못지않다. 무엇보다 그 반응의 대부분이 송혜교, 조인성이라는 두 배우의 연기에 맞춰져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두 배우 그중에서도 송혜교라는 배우의 무르익어가는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성장과 성숙은 오랜 시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천천히 자신의 역량을 쌓아간 송혜교의 인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먼 길을 돌아서 왔다. 그 시간 동안 여배우로서 상처가 될만한 오해와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송혜교는 연연하지 않고 연기로 다시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는 날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오영'이라는 인물의 기쁨과 슬픔을 연기하며 다시금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데 성공했다. 

ebada@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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