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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무도 모르는' 한국 컬링 첫 올림픽 출전

[취재파일] '아무도 모르는' 한국 컬링 첫 올림픽 출전
기자) "여자 컬링 대표팀이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지 않았나요?"
컬링연맹) "잠시만요.. 네, 획득했습니다."
기자) "지난 월요일에 나온 결과인데 왜 보도 자료도 없죠?"
컬링연맹) "그렇군요. 지금이라도 만들까요?"


지난 28일 오후 대한 컬링 연맹과 통화 내용입니다.

한국 여자 컬링이 사상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는데, 쾌거를 이룬지 닷새가 되도록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솔직히 이번 출전권 획득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이기는 합니다.

컬링은 지난해 세계 선수권과 올해 세계 선수권 성적을 합산해 상위 7개국과 개최국 러시아, 총 8개국에 올림픽 직행 티켓을 주는데 우리 대표팀은 올해 세계 선수권 출전 티켓도 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독일과 중국, 이탈리아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우리 대표팀은 지난해 세계 선수권 성적(4위)만으로 이들의 2년 합산 성적을 제치고 올림픽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종합 7위에 올랐습니다. (러시아를 포함하면 종합 8위)

라이벌 팀의 부진에 따른 깜짝 선물이기는 해도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됩니다. 분명한 사실은 변변한 경기장도 없는 열악한 환경속에 선수들이 피 땀 흘려 얻은 성과라는 점입니다. 등록 선수 700명의 한국 컬링은 등록 선수만 200만 명에 달하는 캐나다를 꺾고 지난해 여자 세계 선수권 4강 신화를 썼습니다. 예산 부족으로 해외 전지 훈련 때는 호텔 대신 민박집에 머물며 직접 장을 봐서 밥을 해먹고, 경기마다 브러시 헤드를 교체하는 외국팀들과 달리 브러시 헤드를  빨아서 쓰거나 외국 선수들이 버린 것을 주워와 쓰는 악조건 속에도 선수들이 컬링에만 미쳐서 만든 기적이었습니다. 이런 선수들의 눈물 겨운 투혼이 알려지며 컬링 연맹은 지난해 10월 신세계 그룹과 6년간 100억원의 후원 계약을 맺고 재정도 든든해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라는 최고의 결실을 맺는 순간 연맹은 남의 잔치 보듯 했습니다. 보도 자료 한 장 만들지 않고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칭찬 한 마디 없는 이유를 물어보니 지난 1월 신임 회장이 선출된 뒤 아직 연맹 행정의 틀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너무 쉽게 얘기합니다. 한국 컬링 20년사의 쾌거는 이런 이유로 묻힐 사안이 아닙니다.

김재원 신임 회장은 경기장 건설과 저변 확대, 올림픽 메달 획득 등 굵직한 장미빛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회장 선임 후 2개월이 지나도록 틀도 잡히지 않는 연맹 행정을 보면 공무에 바쁜 국회의원 신임 회장이 얼마나 컬링 연맹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알아 주는 사람 없고 알려 줄 사람도 없지만, 컬링 선수들은 지금도 다음 달 대표 선발전과 소치 올림픽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소치 올림픽에 출전할 대표선수들을 뽑는 대표 선발전은 세계선수권 4강의 주역 경기체육회, 현재 대표팀인 경북체육회 등이 참가하는 가운데 4월 9일부터 춘천에서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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