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안 해봤던 것들, 새로운 것들에 대해 도전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또 시기가 있는 거여서 나이 들기 전에 한 번쯤 해보고 싶었어요."
배우 신하균(39)은 새 영화 '런닝맨'에서 온몸을 내던진 연기를 보여준다. 단독 주연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이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배우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얼추 짐작이 될 정도다. 그의 말마따나 더 나이가 들면 하기 어려운 영화다.
오는 4월 4일 개봉을 앞두고 28일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렇게 몸을 혹사하는 액션은 또 하기 어려울 거예요. 한두 컷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여러 각도에서 찍고 여러 번 반복하는데, 끊임없이 달리는 장면들은 계절상 엄청 무더운 여름이었고 카체이싱은 또 겨울이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다음에 액션을 하게 되면 폼도 좀 잡고 무기도 쓰고 그런 걸로 하고 싶네요."
촬영은 시나리오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고 했다.
"위험한 장면을 직접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걸 직접 해야 한다는 걸 현장에 가서 알게 된 적이 많아요. 무술팀이 시연하고 있으면 '와, 무섭겠다. 고생하겠네' 생각하고 있는데, 저에게 와서 '하균씨, 이거 하세요' 하는 거예요.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결국 스턴트를 별로 안 썼어요. 얼굴이 다 나오니까 관객들도 보시면 알 거예요. 80% 정도는 제가 했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곳에 못 올라가는데 와이어 타고 높은 곳에서 건물을 뛰어넘는 장면들을 찍어야 하는 거였죠. 겁이 나서 힘들었어요."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눈에 띄는 장면은 영화 초반에 나오는 청계천 옆 커피숍 도주 장면. 극 중에서 그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커피숍 3층 창문으로 도망 나와 옆 식당 건물 벽에 매달리는데 발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추락한다.
"영화에 나온 장면이 사실은 엔지(NG)였어요. 와이어를 달고 했는데 원래는 타이밍에 맞춰서 제가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와이어를 안전하게 잡아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서로 싸인이 뭔가 엉키면서 저를 잡아주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떨어져 버렸죠. 그래서 되게 리얼하게 나온 거예요. 소리도 괜히 지른 게 아니라 너무 아파서 진짜 지른 거죠."
이렇게 몸을 혹사하는 액션 장면들을 반복하다 보니 '피로골절'이라는 이름으로 갈비뼈가 부러지기까지 했다.
"피로가 쌓이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부러진 거죠.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뼈에 금이 가는 경우가 있대요. 촬영 중후반쯤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아프더라고요. 다음날 더 아프고 숨 쉴 때마다 통증이 와서 3일째에는 도저히 못 참고 병원에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러졌더라고요. 마지막 부분인 창고 장면을 찍을 때였는데 그 장소를 빌린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촬영을 마무리해야 하니까 그 상태로 나머지를 찍었어요. 그리고 서울로 올라와서 며칠 쉬다가 2주 지나고 다시 액션신을 시작했죠."
마침 갈비뼈를 다쳤을 때 이 영화 투자사인 할리우드 스튜디오(이십세기폭스)의 해외투자 법인 사장이 촬영장을 방문해 그의 부상 투혼을 지켜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이 영화가 좋았던 건 기존의 액션영화들과는 다른 신선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맨몸으로 계속 뛰고 조금씩 꾀를 내서 위기를 벗어나는 아이디어가 재미있었고 서울 도심에서, 종로니 월드컵경기장 같은 익숙한 공간에서 액션이 벌어질 거로 생각하니까 관객에게 친근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질 것 같았어요. 또 한국적인 정서인 부자지간의 관계가 들어가 있는 것도 좋았고. 신나는 오락영화가 될 것 같았죠."
이렇게 몸을 불사른 건 뭐 하나에 '꽂히면' 앞뒤를 재지 않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돌진하는 편이에요. 지나고 나서 '내가 왜 그랬지?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하길 잘한 건 관객도 그 느낌을 받으니까요. 제가 처절하게 고생한 느낌을 받으니까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아버지 연기에 도전했다. 고등학생 때 사고를 쳐서 35세 나이에 18세 아들을 둔 철부지 아빠 역이다. 아역 출신으로 떠오르는 스타 이민호가 아들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민호와는 실제로 20년 차이가 나요. 일찍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으면 그쯤 되겠죠. 친구 같은 아빠? 그런 느낌인데 그런 거야 뭐 쉽죠(웃음). 민호가 상당히 어른스러워요. 그래서 실제로도 영화상에 나오는 관계와 비슷했어요. 저는 결혼한 입장이 아니니까 아버지의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한국 부자지간 관계의 보편적인 점들을 떠올렸어요. 저희 아버지와 저의 관계를 돌이켜보는 시간도 됐고요. 시나리오에 묘사된 것들을 맛깔 나게 표현하자는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는 2011년 KBS 드라마 '브레인'의 의사 연기로 사랑받으며 전보다 더 두터운 마니아 팬층을 만들었다. 8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에 복귀한 이 작품으로 그 해 KBS 연기대상을 받기까지 했다.
"그 상은 좀 당황스러웠죠. 방송 중인 때였고 시청률이 높은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고맙고 감사한 일인데,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아요."
그런 호응 때문이었을까. 그는 영화 '런닝맨' 촬영이 끝나고 딱 한 달을 쉰 뒤 다시 TV 드라마 대본을 집어들었다. 우연히도 영화 개봉과 같은 날 첫 방송을 타는 SBS 새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최고 엘리트 출신의 보수당 국회의원이다.
앞서 '브레인'의 성공이 새 작품 선택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그는 부분 긍정했다.
"아무래도 그런 걸 체감하다 보니까 좀 달라진 것도 있죠. 전부는 아니고요. 그보다는 이 장르가 로맨틱코미디인 점이 좋았어요. 로맨스 연기도 시기가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보수당, 진보당 의원이 연애한다는 게 새로웠죠. 일단은 로맨스 드라마이고 정치적인 내용은 별로 없지만 로맨스 외에도 다른 부분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지점이 있게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원작(소설)도 찾아봤고요. 드라마는 더 가볍게 진행되겠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이 재미있고 좋더라고요."
그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느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배우가 갑자기 180도 다른 뭔가를 보여줄 순 없잖아요. 시대에 맞게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보여주다 보면 계속 가늘고 길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웃음)."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