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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이 울어도 되는 극장…엄마들의 해방구

[취재파일] 아이 울어도 되는 극장…엄마들의 해방구
 "20대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드나들었던 영화관 문턱이 왜 이렇게 높아보이는지…"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하소연입니다.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있다더라', '좋아하는 감독이 신작을 냈다더라', 엄마들도 가끔은 문화 생활을 즐기고 싶은데 만날 울어대는 아이를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고 아이를 다른 곳에 맡겨놓고 가자니 마음이 편치 않은게 엄마입니다.

 그런데 1주일에 한번, 전국의 9곳의 롯데시네마 영화관에선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유모차를 끈 엄마들이 들어갈 수 있는 일명 '아이가 울어도 되는 영화관'인데요, 일반 관객이 잘 찾지 않는 낮 1시 2회차 상영인데도 1백석 정도 되는 객석이 엄마와 아기들로 꽉 찼습니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스크린과 객석 사이 넓은 공간에 유모차를 놓고, 엄마는 필요한 물건만 챙겨서 자리에 앉습니다. 대부분 4세 미만인 영유아들로 극장이 어두워지자마자 울고, 보채느라 곳곳에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영화가 시작되건 말건,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아예 극장 밖으로 나가겠다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영화 상영 내내 아이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급기야 엄마들도 영화를 보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달래거나, 밖으로 뛰어노는 아이를 데리러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한쪽 눈으론 영화를 보고, 다른 눈으론 아이를 돌보는 '신공(?)'을 발휘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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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시끄러운데 영화를 어떻게 보나 싶습니다. 그런데도 엄마들은 매주 극장을 찾는다고 합니다. 비슷한 또래 아이를 가진 엄마들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는 겁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 건 물론이고, 출산 이후 아이와 집 안에만 있으려니 답답했다는 말은 제 마음에도 와닿았습니다. 엄마들이 겪는 육아 스트레스가 이런 식으로나마 풀릴 수 있다는게 다행입니다. 1주일 이 시간만 기다린다는 엄마들이 있을 정도니, 그 효과는 이미 입증했다고 볼 수 있겠죠. 영화관에서도 평소 관객이 적던 이 시간대 엄마들이 몰리면서 관객이 40%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뮤지컬 극장 블루스퀘어에도 아이와 엄마들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1층 객석 맨 뒤에 일반석과 격리된 공간인데. 최대 14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모자동실'입니다. 별다른 시설 없이 의자만 놓여있는데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공연에 대해 설명해주거나 모유 수유를 할 수도 있습니다. 출입구 자체가 일반 객석과 다르기 때문에 수시로 화장실을 왔다갔다 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2시간 넘는 공연 동안 아이들이 보채고 질문하는 모든 상황에 대처하면서, 엄마도 공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곳입니다. 별도의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어 공연 도중 일반 객석에 있다가도 이 모자동실로 옮길 수도 있고, 공연 설명이 필요한 외국인들도 가끔 이곳을 이용하기도 한답니다.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할까봐 뮤지컬 공연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엄마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부터 공연장에 들어가면 '불편하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습니다. 옆 사람의 공연 관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무의식적인 동작 하나, 기침 한번 제대로 못하는 곳이 공연장이기 때문입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온 경우에는 더더욱 긴장되기 일쑤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의식해서 정작 내가 공연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걸 깨닫고 보니, 이런 세심한 배려가 너무도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문화 생활에 목말라있는 엄마들. 비록 좋은 자리, 완벽한 환경에서 공연에만 몰입할 순 없겠지만 아이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해하며 극장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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